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30기)은 6일 자신의 손으로 정치 검찰의 시대를 마무리짓는 '장의사'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지난 금요일, 서울동부지검에 첫 출근했다"며 "2018년 2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발족한 진상조사단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는데, 그때처럼 건물 모퉁이를 도니 기자들의 카메라가 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임 지검장은 "참고인에서 검사장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의 계절 변화처럼 많이 달라진 듯 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의 현실이 참담해 속이 상했다"면서 "2018년 그때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이처럼 거세게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을 잘 챙겨봐달라는 당부를 많이 듣고 있는데, 그 사건은 대검찰청 합동수사팀에서 수사하고 동부지검은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라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백해룡 경정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내부고발자로서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할 길, 계속 함께 가자고 당부하는 의미에서 (채 해병 순직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대령과 함께 (동부지검으로) 격려 방문하러 와 주십사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저는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지 오래됐다"면서 "한 시대를 잘 마무리지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니 장의사 역시 너무도 막중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잘 감당해 볼 각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 함께 해 달라"고 덧붙였다.
임 지검장은 오랜 기간 내부 문제점을 지적해 온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로 꼽힌다.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전지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그는 검찰 내부에서 비교적 비주류로 분류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동부지검장으로 승진 기용돼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임 지검장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도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 막강한 검찰권을 부여한 주권자는 우리가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 지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했듯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고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 앞장서서 헤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