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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현지 車공장 늘리겠다" 하자… 美는 "소재·부품도 미국산 써라"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6 18:11

수정 2025.07.06 18:11

이시바정부 축산물 수입 확대 등
각종 '양보 카드' 꺼냈지만 실패
이달 20일 참의원 선거도 변수
더 내줄땐 여당표심 흔들릴 상황
지난 3일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의원 선거 캠페인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국내 여론 등 정치적 부담 속에서 고심하고 있다. 특히 농업 보호 차원에서 유지해온 쌀 산업 보호 조치에 대한 미국측의 완화 압력을 직면한 상황이다.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합의 도출에 많은 정치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의원 선거 캠페인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국내 여론 등 정치적 부담 속에서 고심하고 있다. 특히 농업 보호 차원에서 유지해온 쌀 산업 보호 조치에 대한 미국측의 완화 압력을 직면한 상황이다.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합의 도출에 많은 정치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8일(현지시간) 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7차까지 이어진 미일 협상에서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자동차·축산물·첨단기술 분야에서 제시한 양보안은 미국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일본은 우선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현지 공장 증설과 부품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현지 투자 확대에 나서겠다는 시그널도 전달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고용 창출을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우선 기조에 호응하려 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낙농품 등 축산물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꺼냈다. 국내 농업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대미 흑자 축소의 상징적 카드로 제시한 것이다.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에서 미국과 공동개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까지 더해 포괄적인 협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치는 일본의 이런 제안보다 훨씬 높았다. 자동차의 경우 단순 조립공장 확대가 아니라 소재·부품 단계까지 미국산 비율을 대폭 높이라는 강경한 요구가 있었다. 축산물 분야도 미국 농업계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고, 첨단산업 협력 역시 "미국 내에서 당장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치적 한계도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 이달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더 큰 양보를 꺼내면 여당 표심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사실상 더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체념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더 확대하거나 자동차 관련 추가 양보를 검토할 수도 있었지만, 선거를 앞둔 민심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유예 종료 이후에도 8차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실히 협상에 임하는 국가는 관세 재검토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측의 협상 카드는 이미 고갈돼 새로운 안을 꺼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협상이 장기화되면 결국 일본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일본이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단순한 현지투자·수입 확대 방안을 넘어서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과 기술이전, 고용 유발 구조까지 포함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차까지 전개된 미일 협상이 현재까지는 실패로 평가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