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갈길 먼 신재생 전환… 기업 30%는 공시 외면[李정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제 (상)]

정원일 기자,

권준호 기자,

이동혁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6 18:26

수정 2025.07.06 18:26

李정부 연일 '신재생' 외치는데 지속가능보고서 공개 180곳중 53곳은 '총탄소배출량' 미공시
올해 상반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한 코스피 상장사 180개 중 '총탄소배출량'을 공시하지 않는 기업이 30%(53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업들까지 그 중요성이 충분히 전파되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해당 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할 뿐 아니라 배출량을 정확히 알아야 정부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가 6일 현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한 코스피 상장사 180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53곳(29.4%)은 '스코프3'를 공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내용도 제각각이다.

삼성전자는 스코프3 배출량에 대한 검증 의견서를 함께 첨부했고, KT&G는 '2030년까지 스코프3 배출량을 2022년 대비 25%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스코프3의 기준이 되는 15개 카테고리 중 일부만 공개한 기업도 상당수였다. 아직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곳도 많아 스코프3 미공시 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직접 탄소를 배출하는 정보인 '스코프1', 간접배출까지 포함한 '스코프2'를 넘어서는 '스코프3'는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외부탄소배출량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전체 탄소배출량 중 70% 이상이 스코프3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스코프3 배출량이 스코프1, 2를 합한 양보다 7배 이상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코프3가 포함돼야 기업이 미치는 진짜 기후영향을 알 수 있다"며 "애플의 경우 탄소배출량의 98%가 스코프3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스코프3 공시는 전제조건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RE100을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상설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상장기업은 의무공시 첫해에 스코프1, 2 배출량을 공시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스코프3 배출량도 공시해야 하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스코프3 의무공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의 8대 수출국이자 6대 수입국인 미국, 3대 수출국인 유럽 등은 스코프3 공시정보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통해 스코프3를 포함한 기업의 공급망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2023년, 오는 2027년부터 스코프3를 포함한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때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에 스코프3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스코프3 공시를 의무화하는 나라는 증가 추세다.
싱가포르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26회계연도부터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홍콩도 2027회계연도부터 항셍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된 대기업에는 스코프3 공시를 반드시 하도록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임수빈 정원일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