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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희토류 전쟁 2막, 누가 먼저 눈을 감는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6 18:31

수정 2025.07.06 18:31

이병철 국제부 부장
이병철 국제부 부장
전 세계가 숨죽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그가 정한 관세부과 유예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그의 입은 거칠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며 의미 해석에 분주하다.

그만큼 유례없는 미국의 대규모 관세부과 정책은 전 세계 및 각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주된 배경에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있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된 후 중국과 본격적인 2차 무역전쟁을 펼치자 전문가들은 이 패권 경쟁의 끝이 어떻게 될지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체제와 미국의 부채 규모, 중국의 내수침체, 인공지능(AI) 경쟁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가며 관전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전쟁의 핵심 변수는 희토류가 되고 있다. 중국이 수십년간 통제해 온 희토류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의미 있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쿼드 핵심광물 이니셔티브'를 만들었다.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광물 독점에 동맹들끼리 전략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의 대책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 "다양하고 의존할 수 있는 세계 공급망을 갖추는 건 우리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러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핵심광물 생산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또 지난 5월에는 국제해역 심해 광물 채굴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백악관은 "첨단기술과 군사안보에 필수적인 니켈, 구리, 망간 등 핵심광물 확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해역 심해 광물 채굴은 논쟁거리다. 유엔 해양법협약 산하 국제해저관리기구는 수년간 국제 해역 내 심해광업 표준을 논의했지만 각국이 환경영향 기준 등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희토류 등 핵심광물 개발에 목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희토류를 통제하는 중국에 큰소리를 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에 먼저 협상을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핵심광물이 수입되지 않자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중단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재개하지 않자 6월 다시 협상을 했다. 벼랑끝 치킨게임에서 미국이 먼저 자세를 낮췄다.

문제는 미국이 희토류를 대체하는 광물을 찾거나 희토류를 정제·가공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직접 갖추거나 제3국에 이런 시설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자기적·발광적·전기화학적 특성을 갖는 독특한 17종의 금속이며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 소재로 사용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의 약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정제 및 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희토류 생산 시 다양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해 선진국들이 이를 그동안 중국에 맡겨둔 탓이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나 희토류 수출통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EU의 관세부과, 이에 대한 중국의 EU산 농축산물 수입 보복조치 등으로 대치하며 무역마찰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희토류를 협상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그동안 방사능 및 유해물질 배출, 온실가스 배출, 토양오염 등의 환경 문제 때문에 생산을 꺼린 희토류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현재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