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여러 사유를 붙여 징계한 종교재단의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종교재단인 A 재단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단 직원인 B 씨는 지난 2016년 입사해 당시 이사장인 C 씨로부터 약 4개월간 성희롱을 당한 뒤 그해 9월경부터 요양 휴직 등으로 한동안 근무하지 못했다.
이후 A 재단은 2017년 B 씨가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했다. 이에 관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018년 8월 A 재단의 묵시적 근로 계약 종료를 인정하지 않고 고용관계가 유지되고 있어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 씨는 2019년 4월부터 다시 출근했으나 A 재단은 B 씨에게 기존 업무와 다른 방문객 응대, 관리·청소 업무 등을 시켰고 업무용 컴퓨터도 지급하지 않았다.
B 씨는 이에 대해서도 차별 시정 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판단은 중노위와 법원에서도 유지됐다.
A 재단은 이후 지난 2023년에도 징계위원회를 열고 B 씨가 재단 기획실장에게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라"라고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19차례에 걸쳐 사무 부서 운영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중노위는 이에 관해서도 B 씨의 부당 정직 구제 신청을 인용했으나, A 재단은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우선 B 씨의 징계 사유에 관해 "기획실장에게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라'라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직장 내 위계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로서 사무 부서 운영 규정을 위반한 행위"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에 관해서도 "비록 B 씨가 기획실장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긴 했으나 직장 내 성희롱 이후 A 재단 근로자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 기획실장으로부터 폭언을 듣자, 이 같은 말을 하게 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정된 징계 사유 외에 △이른 시간 출근해 출입문을 개방한 점 △복무기강 교육 불참·근무지 이탈 △폭염에 재단 기념관 앞에 호스로 물을 뿌린 행위 등 나머지는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의 비위 행위 내용과 정도, 경위, 과거 징계 전력에 비춰보면 이 사건 정직은 A 재단의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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