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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달러 가치, 올해 상반기 '곤두박질'...52년 만에 최악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8 14:21

수정 2025.07.08 14:21

올해 상반기 달러 지수 낙폭 10.7%, 52년 만에 최악
미국 재정 신뢰 악화, 무역 불확실성 등 악재 겹쳐
중앙은행은 달러 축소...美 금리 인하시 추가 하락 가능성
달러 입지는 아직 견고, 반등 가능성 열려 있어
미국 달러 지폐.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 지폐.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달러 가치가 올해 상반기 10.7% 추락하며 약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 전망을 두고 미국 정부의 신뢰 하락,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 달러 가치 낙폭, 52년 만에 최대
미국 경제매체 CNBC는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10.7%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반기 낙폭으로는 1973년 상반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달러지수는 지난 6월 30일 기준 96.87을 기록해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1973년 미국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낸 '닉슨 쇼크'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이며, 한참 달러 가치가 떨어지던 시기였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도 달러 가치가 내려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B라일리 자산운용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하락 이유는 많다"며 "막대한 정부 부채에 미국 정치권의 양당 모두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 및 무역, 외교에서도 우방국들과 갈등이 있다"며 "부정적 요인이 누적되면서 하락세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C는 달러 가치가 1월 중순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지난 4월 소폭 반등했을 뿐,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반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CNBC는 미국의 공공부채가 30조달러(약 4경995조원)에 육박하고, 2025년 재정적자도 2조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달러의 국제적인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정책 역시 달러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올해 연준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막대한 공공부채에 따른 이자 압박에 쫒기는 트럼프는 연준이 금리를 내려 정부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5년 미국 달러지수 변화> -그래프 시작점: 1월 1일(108.49) -그래프 종료점: 6월 30일(96.87)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2025년 미국 달러지수 변화> -그래프 시작점: 1월 1일(108.49) -그래프 종료점: 6월 30일(96.87)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중앙은행도 변수...달러 반등 가능성 열려 있어
미국 투자사 록크릭그룹의 아프사네 베쉬로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른 혼란이 금리 인하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한국과 일본에 각각 25%의 관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배쉬로스는 "관세 부과 시점과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일본과 한국처럼 미국에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들이 (관세)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앞으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이른 9월에 내릴 수 있다"며 "미국 자산에서 조금씩 나와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또한 CNBC는 안전자산을 축적하는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 대신 금을 사들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달러 수요 감소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현재 중앙은행들의 월평균 금 매입량은 24t 수준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은행의 로슨 원더 분석가는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달러 의존도 축소, 물가상승 및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및 재정 우려 속에서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달러 가치가 결국 반등한다는 의견도 있다. CNBC는 올해 미국 증시가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등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증시 호황에 대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업의 매출 중 4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제니퍼 티머만 투자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달러는 여전히 세계 무역과 금융에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입지가 약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느릴 것이며 달러의 실질적인 대체재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7일 CNBC를 통해 미국 달러 가치 변동이 "비정상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롬 파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 뒤를 지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롬 파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 뒤를 지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