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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3주 남은 관세협상 ‘최후의 결전’ 심정으로 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08 18:23

수정 2025.07.08 18:23

트럼프, 관세 부과 8월 1일로 연장
산업별 특별 지원책 별도 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4월 2일 발표 때와 같은 관세율을 유지, 한국 입장에서는 관세율이 높아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협상 기간도 연장되는 결과를 얻었다. 사진은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1화상=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4월 2일 발표 때와 같은 관세율을 유지, 한국 입장에서는 관세율이 높아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협상 기간도 연장되는 결과를 얻었다. 사진은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1화상=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시한을 다음 달 1일까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간 연장은 장단점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준비 기간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측 요구가 더욱 집요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대국이) 맘에 드는 제안을 하면 8월 1일 관세 부과일도 조정 가능"하다고 말한 데서 이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상호관세율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는 상호관세율이라는 도구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의제를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협상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차방정식이라고 할 만큼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율 지정이나 유예기간 설정과 연기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미국의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협상팀은 8월 1일을 마지막 날로 삼고 최종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의 관세 정책에 불공정 행위는 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수치상으로 따져보면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철폐된 것이다. 무역적자의 원인을 불공정 관세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심어줘야 한다.

관세율 폭 조정에 매달리는 것은 선택지만 좁히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사실 미국의 관심은 관세율 자체보다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를 협상 압박용 도구로 활용하여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목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이미 미국 정가를 통해 흘러나왔다. 한미 액화천연가스(LNG) 투자건을 비롯해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 완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는 미국 측이 협상테이블에서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할 핵심 의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불공정한 의제이지만 일정 부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에게 불리한 문제들이다. 방위비 부담 문제도 협상 패키지 안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로서는 불가피하게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도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선업과 반도체처럼 미국과 한국이 협력을 통해 상생을 도모할 분야가 있다.

협상은 주도권을 쥔 미국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우리나라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호관세율이 낮아지더라도 피해가 없을 수 없다. 주식시장과 개별 기업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상품의 피해가 클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 올 하반기 자동차(-7.1%), 자동차부품(-6.5%), 철강(-7.2%), 일반기계(-3.8%)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협상 결과를 냉정하게 예측하고 산업별 특별 지원책을 미리 구상하기 바란다.
미국 시장을 잃은 만큼 다른 시장에 더 내다 팔 방도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