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트럼프, 나토 시즌 2 성과로 한국 겨냥…한국의 카드는?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0 06:00

수정 2025.07.10 09:36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대통령 관세협상, 인-태 동맹국 한·일로 압박 가속화  
 -방위비 분담금 문제, 나토 증액 이어 韓으로 전환 타이밍 도래  
 -바이든 정부서 방위비분담협정 2030까지 타결…고수 어려워  
 -美, 인-태 겨냥 집중 위해 韓 조선 역량 레버리지 활용 의도 명확  
 -최근 한미동맹 결속력 약화 발언 자재 "한국 잘하고 있다" 의제 한정  
 -치밀한 협상 준비로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한미 상호이익 가능 시사  
 -韓 조선, 미 해군·미 조선업 부활·인-태 안정 기여‥카드로 제고 필요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래와 담판 정치가 고속질주하고 있다.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 확약을 받아내었고, 이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협상 마무리를 위해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담판의 무게중심을 인도-태평양 동맹국, 특히 한국과 일본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일 관세협상이 원활치 않자 트럼프는 일본을 버릇없는 국가로 몰아세웠다. 이 시점에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문도 취소했다.

관세협상에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었다. 나토 국방비 증액 합의 후에는 트럼프는 나토 불만 메시지는 사그라들었는데 이는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불만 섞인 메시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런데 지난 7월 8일 백악관 내각회의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자신이 요구했던 수준에 턱없이 적게 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안보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는 듯한 언급도 이어갔다. 트럼프의 이러한 모습을 보니 지난해 워싱턴에서 만난 트럼프 메시지에 정통한 미국 인사의 조언이 떠올랐다. 지난해 대선 유세 중 트럼프는 나토를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며 공세를 높여왔는데 유세 후반전에 갑자기 한국을 특정하며 한국이 “머니 머신(money machine)”인데도 “돈 한 푼 내지 않는다”는 언급이 등장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해당 미국 인사에게 동맹에 대한 불만의 무게중심이 나토에서 한국으로 옮겨진 지에 문의하자 트럼프의 동맹 불만 중심은 여전히 나토이고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최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나토 무임승차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전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트럼프의 나토 문제가 순서적으로 먼저 다루어질 것이니 한국이 나토 협상 추이를 보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란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한국 언급을 보니 그 타이밍이 도래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직접 언급했으니 MAGA 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으로 대처해야 할 시기란 의미다. 2024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타결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기간은 2026∼2030년이고 이에 따라 내년에는 약 1조5000억원 지출할 예정일 만큼 한국은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기존 타격금액만 고수해서는 관세협상, 국방비 증액 등 다른 분야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점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불가론을 고수할 수만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정책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복귀를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인도-태평양에서 MAGA 목표 달성을 위해서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월 1일 제22회 샹그릴라대화 기조연설에 나선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인도-태평양으로 돌아왔다”며 인도-태평양을 지정학적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는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이 구비하고 있는 세계 수준의 조선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미 해군의 작전적 효과”를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대미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조선 역량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한국의 조선 역량이 국방비, 방위비 분담금 등 각종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무런 카드도 없는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로 양자협상에 임하는 대다수의 국가에 비하면 한국은 묵직한 카드를 보유한 셈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지략과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트럼프의 백악관 내각회의 언급을 보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하기보다는 ‘돈’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발언대신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트럼프 1기 시절 자신이 한국에 요구했던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이 아니라는 점을 특정하여 의제를 한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치밀한 협상으로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가 가능하고 한미의 상호이익 여지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에는 지난해 타결된 액수를 재협상이 중요한 기준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협상 의제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전략 추진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대미 레버리지 제고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조선 역량이 미 해군의 작전태세 향상 및 미 조선업 부활에 할 수 있다는 기여와 한국의 인도-태평양 안정의 기여 확대가 중요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