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다수계좌 불공정거래 차단
주가조작 땐 ‘원스트라이크 아웃’
합동대응단이 ‘한국판 SEC’ 역할
금융당국이 인공지능(AI) 시장감시시스템과 합동대응단 출범 등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해 '주가조작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불공정거래가 날로 다양화·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탐지 및 적발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각종 행정조치로 주가조작을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엄벌하겠다는 목표다.
주가조작 땐 ‘원스트라이크 아웃’
합동대응단이 ‘한국판 SEC’ 역할
■AI로 불공정거래 사전 탐지 총력
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 핵심은 주가조작 적발확률은 높이고, 불공정거래를 통해 획득한 불법이익은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각종 불공정거래가 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감시체계와 대응인력 및 협력시스템은 부족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경미한 처벌을 받아도 주가조작 등 수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시장에 여전히 만연한 것도 영향이 컸다.
당국은 동일인의 다수계좌를 활용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시장감시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최근 미국 자율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청(FINRA)이 암호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계좌·거래정보를 연계하는 시장감시시스템을 전면 시행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 개인기반의 시장감시로 전환하기로 했다. 즉 가명정보를 활용해도 계좌 간 연계성을 즉시 파악할 수 있어 시장감시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AI 기술까지 접목해 보다 신속하고 정밀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당국 관계자는 "기존의 계좌기반 감시 체계에선 주가 급등 원인을 모두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감시를 해도 심리 자료 징구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시장감시-심리 단계에서도 적체가 심했다"며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대로 증권사들에 협조를 구해 개인기반 감시체계로 전환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SEC…기소권까지 도입돼야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가 한자리에 모여 중요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 처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도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른바 '워룸(War Room)' 개념으로, 기관별 권한 차이와 업무 칸막이로 인한 조사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합동대응단은 △전력자(재범자) 척결 △대주주·경영진의 미공개정보 이용 차명거래 △소셜미디어(SNS)·허위보도를 악용한 대규모 피해 사건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이윤수 상임위원은 "합동대응단을 중심으로 중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히 심리, 조사하고 즉시 집행할 수 있는 금전·비금전적 제재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며 "연내 다수의 원스트라이크아웃 적용 사례가 시장에 나오도록 유관기관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하면 패가망신", "부당이익 몇 배로 제재", "고의적, 반복적, 규모가 크면 영업정지 및 한국시장에서 퇴출" 등과 맞닿아 있는 원스트라이크아웃은 엄벌주의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우선 불공정거래 혐의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및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 등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상임위원은 "그동안은 증선위 의결 약 2개월 후에 의사록에서 마스킹(비실명) 처리가 된 채로 공개했지만 앞으로 주가 조작범의 인적 사항, 위법 행위 내용 및 조치 사항을 증선위 의결 직후에 대외공표할 것"이라며 "우선 증선위에서 행정처분이 종결된 건 먼저 공표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향후 1년간 합동대응단을 임시 운영한 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별도의 조사기구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SEC처럼 한국의 합동대응단이 상설 조직으로 정착, 더 나아가 기소권까지 도입된다면 모든 절차를 통합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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