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5년 안에 패권 전쟁 승부"
클러스터 완공 당기고 지원 강화를
클러스터 완공 당기고 지원 강화를
향후 5년 안에 반도체 산업 패권 전쟁의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로 이동하는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경고다. 산업연구원은 9일 발표한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면적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오는 2030년까지 5년, 민관이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결정적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위협은 가까이에 있고 일부는 현실이 됐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한국의 주력제품인 낸드(NAND) 시장 점유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려 세계 4~5위인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직접적·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속도를 우리와 일본의 기존 경험치에서 판단하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3년간 중국 파운드리기업 SMIC의 매출 대비 시설투자액 비율이 98%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5배다. 기술의 격차를 줄이고 양산 사이클을 더 빠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해 중국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의 AI 반도체 추격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난 4일 통과된 미국의 감세법안 OBBBA도 위협 요인이다.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게 되는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대만과 일본 등 경쟁국은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짓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도로·전력 등 인프라를 정부가 전폭 지원해 공장 가동까지 2년도 걸리지 않았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도, 홋카이도의 라피더스(일본 대기업이 합작한 파운드리기업) 공장도 그렇다. 대만이 전역에 동시다발로 짓고 있는 2나노 반도체 공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멈칫할 때 그들은 빠르게 역량을 끌어올려 따라잡을 것이다.
수출의 20% 이상을 견인하는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국가 경제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경기 용인에 건설하는 두 곳의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사업 착수가 6년이나 늦어졌다가 올 2월 첫 공장을 착공한 SK하이닉스 주축의 산업단지, 토지 보상 등의 절차가 많이 남아 있는 삼성전자 주축의 국가산단 모두 가동 시점을 적어도 1년은 앞당겨야 한다.
주민 이주 지원과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확충에 중앙·지방정부가 총력 지원한다면 일본과 대만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 세제 감면 확대와 직접보조금 지급, 고임금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예외와 같은 근로규제 유연화 등의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이 '반도체 부흥'이다.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위 반도체 국가를 만들자"고 했다. 정부는 AI에 100조원을 투자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국정의 맨 앞에 두고 추진 중이다. AI와 반도체는 사실상 한 몸이다. AI 강국의 길은 우리가 50여년 축적한 반도체 제조 기술 위에서 뻗어갈 수 있다.
인재를 육성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다 꺼내 도와줘야 반도체와 AI 강국으로 갈 수 있다. 반도체 패권의 승부가 갈리는 5년은 이재명 정부의 임기와 같다. 반도체 골든타임이다. 민관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온 힘을 쏟아부어 투자를 이행하고 결실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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