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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어가 모국어인 정상에게 "영어 잘한다 어디서 배웠냐" 칭찬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0 10:55

수정 2025.07.10 10: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가봉,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모리타니, 세네갈 등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스1, 백악관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가봉,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모리타니, 세네갈 등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스1, 백악관 페이스북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프리카 대통령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훌륭한 영어네요. 어디서 그렇게 잘 배웠습니까?”라고 칭찬을 했으나 실제로는 상식 밖 언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국가로,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해방 노예들이 이주해 라이베리아를 건국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지프 뉴마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아프리카 정상들과 오찬을 했다.

오찬에서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영어로 “라이베리아는 미국의 오랜 친구”라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미국이 라이베리아에 투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아프리카 대통령들이 대체로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말하던 와중에 보아카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에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훌륭한 영어라니”라며 감탄하더니 “어디서 그렇게 멋지게 말하는 것을 배웠습니까? 어디서 공부하셨나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보아카이 대통령은 "모국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답하면서 웃어 보였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보아카이 대통령은 정중하게 웃으면서 영어가 라이베리아의 공식 언어라는 언급을 피했다”고 짚었다.

이날 오찬에는 세네갈, 가봉, 모리타니, 기니비사우 정상들이 참석했는데 이 나라들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을 쓴다. 반면 라이베리아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나라다.

특히 라이베리아가 서아프리카 다른 국가들과 달리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것은 미국 식민 지배 경험 때문이라 트럼프는 초청국과의 역사 관계에도 무지한 점을 드러낸 셈이다.

미국은 1820년대 노예제도 폐지에 따라 흑인들을 이주시킬 서아프리카 후보지를 찾던 중 라이베리아 일대에서 식민지 건설을 추진했다.
원주민들의 저항과 희생 속에 미국의 해방 노예들은 1822년 라이베리아로 이주했고 1847년 독립을 선언했다.

한 라이베리아인은 CNN에 “우리나라는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을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통령과 서방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인들을 교육받지 못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