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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타는 7월' 열화상 카메라로 관찰한 광주 도심

연합뉴스

입력 2025.07.10 14:08

수정 2025.07.10 14:08

쿨링포그·양산에도 속수무책…버스정류장·지하철 복공판 '불판' 그늘 찾아 떠난 동물들도 '헉헉'
[현장] '불타는 7월' 열화상 카메라로 관찰한 광주 도심
쿨링포그·양산에도 속수무책…버스정류장·지하철 복공판 '불판'
그늘 찾아 떠난 동물들도 '헉헉'

푹푹 찌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출처=연합뉴스)
푹푹 찌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출처=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온 세상이 붉게 타오르네요. 숨이 턱턱 막히는 걸 넘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정도라니까요."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올라 7월 상순 기온 값 신기록이 세워진 지난 9일과 10일.

온도가 높은 곳은 붉게, 낮은 곳은 푸르게 나타나는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광주 도심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

도심을 오고 가는 시민들은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 저마다의 냉방 도구에 의지했지만, 가장 무더운 절기 대서(大暑)가 오지 않았는데 절정으로 치달은 무더위에 좀처럼 맥을 추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달아오른 광주 도심 도로 (출처=연합뉴스)
달아오른 광주 도심 도로 (출처=연합뉴스)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앞 시내버스 승강장에서는 쿨링포그가 쉴 새 없이 작동했지만, 체감 온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공으로 흩뿌려진 인공 물방울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닿기 전 증발했고, 시민들은 그늘 한 점 없는 승강장에서 비 오듯 땀방울을 흘려야만 했다.

햇빛의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한 도로에는 일시적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도 했는데, 아지랑이는 열화상 카메라상에는 빈틈없는 진홍빛으로 나타났다.



숨통 트이는 횡단보도 그늘막 (출처=연합뉴스)
숨통 트이는 횡단보도 그늘막 (출처=연합뉴스)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할까 싶어 시민들은 승강장 인근 횡단보도에 설치된 파라솔형 대형 그늘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뙤약볕을 막아주는 그늘막 덕분에 인근 온도는 25도 안팎으로 감지됐고, 열화상 카메라에는 푸른빛이 감돌기도 했다.

그 사이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자 양산을 가방에서 꺼낸 시민들은 또 한 번 무더위에 허덕였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위해 도로 한복판에 깔린 복공판의 열기와 교차로에 멈춰 선 차량의 엔진 열기가 더해지면서 혀를 내두르는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휴대용 선풍기를 쐬던 서모(36) 씨는 "후텁지근한 공기 때문에 선풍기를 사용해도 온도가 낮아지기는커녕 더 더워지는 것 같다"며 서둘러 교차를 벗어났다.

그늘 찾아 떠나는 얼룩말 (출처=연합뉴스)
그늘 찾아 떠나는 얼룩말 (출처=연합뉴스)

푹푹 찌는 더위에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는 것은 동물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찾은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에는 대부분의 동물이 그늘 한 편에 웅크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코끼리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코로 머금은 물을 자신에게 뿌렸고, 기린·얼룩말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생겨난 그늘 안으로 피해 연신 숨을 헐떡였다.

사자, 호랑이, 재규어 등 일부 동물은 사육 공간에서 나오지 않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한여름의 유토피아' 아이스링크장 (출처=연합뉴스)
'한여름의 유토피아' 아이스링크장 (출처=연합뉴스)

이러한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은 비교적 서늘한 그늘이나 실내로 향했다.

광주천변을 따라 설치된 의자와 교각 아래에는 그늘을 찾아 집 밖으로 나온 시민들이 냉수를 들이켰고, 서구 염주체육관에 있는 빙상경기장에도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들이 더위를 날려 보냈다.

열화상 카메라로 비춘 빙상경기장은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었고, 빙판 위를 활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으로 이따금 주황빛을 띠기도 했다.

붉게 타오르는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출처=연합뉴스)
붉게 타오르는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출처=연합뉴스)

35도 안팎으로 이어지는 이번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8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비가 내려도 최고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 것으로 광주기상청은 내다봤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2주 가까이 이어지는 폭염특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실내에 머무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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