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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지속 가능한 데이터 인프라 없이는 미래도 없다" [기고]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1 09:31

수정 2025.07.11 09:31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제공
전인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지사장. 퓨어스토리지코리아 제공

디지털 전환은 기업 경쟁력을 넘어 사회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간과해선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소비의 약 1~1.5%를 차지하며 이제 데이터 인프라는 단순한 기술 기반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5G 인프라 확대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뻐르게 늘고 있으나, 에너지 효율성, 탄소 절감, 폐기물 처리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이 기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한국형 지속가능 전략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덴마크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정책, 싱가포르는 열대기후 특성을 고려한 냉각 효율 기준을 도입했지만 우리는 아직 이런 종합적 접근이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데이터 인프라는 더 이상 ‘환경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 투자 유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이제는 “왜 지속가능해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기술보다 구조에 있다. 국내 다수의 데이터센터는 전력사용효율(PUE) 개선에 집중해왔지만, 스토리지·서버·냉각 등 인프라 전체의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은 부족하다. 고효율 장비에 대한 인증, 탄소 배출 기준,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체계도 일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적용이나 강제력은 낮다. 정부 차원의 인증 제도나 세제 인센티브도 부재한 상황이다.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려면 기술 선택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 수명주기, 업그레이드 유연성, 실시간 에너지 가시성 등이 인프라 선택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장비 기능이나 속도뿐 아니라 운영과 폐기까지 고려한 총환경비용(Total Environmental Cost)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 기술은 단순히 빠르고 강한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고 환경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제 한국도 체계적인 지속가능 데이터센터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다. 환경 영향, 에너지 효율, 수명주기,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종합 평가하는 인증 체계와 고효율 설비 도입 시 세액공제나 감가상각 우대 같은 세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없이는 기술 도입이 현실화되기 어렵다. 업종별 평균 탄소 배출량 기준을 마련해 자율적인 비교와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벤치마크도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공개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기반은 기업에게 의무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기술의 부가 옵션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하는 기업은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친환경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지금은 전환의 타이밍이다. 지속가능한 데이터 인프라는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할 현실이다.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내일은 늦을 수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