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론났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금액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 면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등 노사공 합의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2008년 이후 17년 만이며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금액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보다 290원(2.9%) 높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된 건 노사공 모두 내년 경기 상황이 올해보다 안 좋을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노동계는 여전히 근로자들의 생계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사용자측은 경기 여건상 인건비 부담이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으로 맞섰다. 매년 되풀이되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내년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놓고 매번 아웅다웅 다투던 목소리 대신 사회적 합의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최저임금 도출 과정은 지난 2008년 사회적 합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2008년은 미국발 금융위기(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였다. 우리나라도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팽배했다. 당시 사용자 측은 경제위기를 명분 삼아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안을 주장했다. 반대로 노동계는 생계비 보장을 위한 인상을 요구하며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특수한 경제적 리스크라는 점에 노사 양측이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됐다. 노사가 한발 씩 양보하고 한국 사회의 갈등을 함께 극복하자는 마음이 뭉쳤다. 당시 결정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내부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사회적 합의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사회 구성원 모두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을 것이라고 공감한 이상, 경제성장을 일구기 위해 서로 양보와 배려 그리고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협동 정신이 요구된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문화도 이번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개선되길 바란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하거나 중도 퇴장하고 표결에 아예 불참하는 파행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심의를 방해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찢거나 의사봉을 빼앗고 몸싸움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다. 사회적 대화라는 제도적 장치가 무력화되고 노사 대립만 심화되면서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던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성숙한 노사 문화로 나아가는 것과 함께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앞으로 고민해볼 때다. 최저임금 결정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 노사간 갈등과 충돌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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