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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봄가을만 산불조심? 여름도 안심 못해"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3 18:43

수정 2025.07.13 18:43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
열돔에 갇혀 연일 고온건조 날씨
하루에도 전국서 동시다발 산불
30년새 여름산불 1건→48건 급증
"산 많은 나라일수록 산림기관 중심
국가대응센터 구축에 나서야"
사진=김원준 기자
사진=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폭염현상은 여름철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입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사진)은 최근 독일, 그리스, 터키 등 유럽과 세계 각지를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지목했다. 열돔 현상은 상공의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리면서 거대한 돔 형태를 만들어 지면에 열을 가두는 기상현상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 이상기후의 예외 지역이 아니다. 이례적인 여름철 폭염과 짧은 장마로 7월 들어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올여름 서울의 폭염경보가 지난해보다 18일이나 빠르게 발령됐고, 이달 초 충북 영동과 경북 경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폭염이 십여일째 이어지던 지난 10일 하루에만 충남 논산과 서천, 경남 거창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은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 산불 위험은 8.6% 높아지고, 2도 오를 때 13.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는 봄가을 산불조심기간 외의 기간인 6~8월 여름철 재난성 대형산불 발생건수가 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여름 산불발생 건수는 단 1건에 그쳤지만 1990년대 7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0년대 17건, 2010년대 48건 등으로 급증 추세다. 연간 산불 발생일수와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어 2000년대 136일에 523건이던 것이 2010년대는 142일에 440건, 2020년대는 155일에 520건으로 연중 절반 가까이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이 부장은 "폭염으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실효습도가 낮아지고 같은 양의 낙엽이라도 더 타기 쉬운 상태가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산림 안에 '탈 수 있는' 연료량이 증가하고 산림 인접지의 피해 위험도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름철을 포함한 산불조심기간 외 기간에 대형산불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연구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오는 2100년까지 산불 위험이 최대 15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은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산림관리가 보다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연중 상시·대형화하는 산불에 대비한 본질적인 대책은 정책적 전략 수립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림면적이 넓고 산불로 피해가 큰 나라는 대부분 산림기관이 산불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면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소방, 경찰, 군, 기상청, 국가유산청 등 유관기관이 협업하는 '국가산불대응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성 대형산불 대비를 위한 산림당국 중심의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최근 산림청과 국방부가 협력해 대형산불 발생 때 군 헬기를 현장에 즉각 투입하고 물탱크가 장착된 공군 수송기를 활용한 공중진화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기로 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kwj579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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