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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위기의 제조업, 투자 되살릴 특단 대책 있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3 19:01

수정 2025.07.13 19:01

제조업경기지수 5개분기 연속 악화
자금난 풀어주고 구조 개혁 지원을
산업연구원은 국내 1500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한 결과 3분기 매출 전망 BSI가 전 분기와 같은 95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연구원은 국내 1500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한 결과 3분기 매출 전망 BSI가 전 분기와 같은 95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출과 내수, 고용을 견인하는 제조업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13일 산업연구원이 국내 1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3·4분기 매출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선(100) 아래인 95로 전 분기와 같았다. 5개 분기째 계속되는 제조업 불황이다. 매출뿐 아니라 수출과 설비투자, 고용, 자금사정 등 다른 주요 항목들도 모두 100에 미치지 못했는데 제조업 전반의 경기가 모두 악화됐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자동차, 가전, 조선, 일반기계, 정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 대부분이 기준선 아래에 머물러 경기가 하반기에도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경기가 미약해 경제활력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과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업체들은 대외 공급망 불안,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안으로는 소비심리 악화, 내수 부진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공장이 잘 돌아가지 않으니 일하는 사람을 줄여 버티고 있는 제조업체도 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매달 수만명씩, 11개월째 쪼그라들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의 관세폭탄과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에 마진이 줄고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신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제조업 경기를 더 위축시키는 것이다.

민관이 새로운 기술과 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 제조업은 갈수록 위축될 것이다. 알짜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공동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중국의 제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초격차를 지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제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와 소득이 늘면서 경기에 온기가 돈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내달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인 상호관세 25%에, 자동차와 철강 등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인 25~50%의 품목관세부터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 제조업 수요를 살려줄 정책적 지원과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들에 숨통을 터주면서 구조적 어려움도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31조원 추가경정예산으로 배정한 소비쿠폰과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등이 소비심리를 되살려 제조업 경기진작에 도움이 돼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대책은 마중물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위기에 빠진 제조업을 총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30년 재도약할 수 있는 종합적이면서 실용적인 제조업 정책을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

민관이 100조원을 투자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제조업을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조기에 상용화해 제조업의 혁신도 하나씩 실현해가야 한다. 정부는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규제를 풀고, 산업 체질전환을 위한 세제지원과 필요하다면 법·제도도 고쳐야 한다.
국회는 기업들을 옥죄는 상법 개정 등을 밀어붙이지 말고 특별법을 추진해서라도 제조업 구조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