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車 관세협상서 미국 내 생산·고용 기여도에 따라 세율을 낮추는 안 제안
日 완성차, 美 연 328만대 생산·230만명 고용...미국 반응은 미지근
EU 유사 제안도 협상서 제외돼 日 제안 실효성 의문
日 완성차, 美 연 328만대 생산·230만명 고용...미국 반응은 미지근
EU 유사 제안도 협상서 제외돼 日 제안 실효성 의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에서 양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미국 내 생산과 고용 기여도에 따라 관세율을 조정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적자 축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일본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저조를 문제 삼는 등 인식 차가 뚜렷하다.
14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해 내달 1일부터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이는 지난 4월에 밝힌 24%보다 1%p 높은 수치다. 여기에 자동차는 별도로 지난 4월 3일부터 25%의 추가 관세가 이미 적용 중이다.
자동차는 일본 전체 취업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이러한 고율 관세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제1차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무역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4월 이후 이어진 장관급 협의에서 이 협정을 근거로 일련의 관세 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상호 관세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으려 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가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제조업의 부활에 있는 만큼 일본 내부에서조차 "관세 철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협상 돌파구로 '미국 경제 기여도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도 과거 유사한 방식의 제도를 미국과 논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생산 차량 중 제3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일부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1079만대이며, 이 중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은 328만대로 전체의 30%를 웃돈다. 유럽계 업체는 182만대를 생산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여기서 3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해 제3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약 230만명의 고용도 창출하고 있다. 자동차 외에도 대미 투자액은 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실적이 미국 측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이달 20일 치러질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과 협상에서 '양보'로 비칠 수 있는 대응을 취하기 어렵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9일 지바현 후나바시시 유세 현장에서 "이건 국익을 건 싸움이다. 우습게 보일 수는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도 8일 기자회견에서 "기간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합의 없이는 패키지 형태의 협정 타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분수령은 참의원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시한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일정 변경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며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 카드가 요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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