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면 없이 전화 주문으로 한약 판매…대법 "약사법 위반"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4 11:16

수정 2025.07.14 11:16

동일한 한약 재구매여도…"한약국 내서 주문 등 이뤄져야"
사진=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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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약사가 전화 주문을 받아 한약을 판매하고, 이를 택배로 배송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면 문진으로 판매한 한약을 같은 사람에게 추가로 판매한 경우에도, 대면 상태에서 주문과 복약지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한약국을 방문한 B씨를 문진한 뒤, B씨가 구매한 다이어트용 한약을 택배로 전달했다. 두 달 뒤 B씨가 전화로 재구매 의사를 밝히자, 이전과 같은 한약을 택배로 배송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약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약사법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B씨를 대면해 문진한 뒤 판매한 한약과 이후 전화로 판매한 한약이 내용물과 구성·가격이 모두 동일한 점 △B씨가 기존에 한약 복용으로 인한 별다른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추가 대면의 필요성이 없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전화로 한약을 판매한 행위를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약 주문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화로 이뤄졌다"며 "주문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후의 신체 변화 등을 확인한 다음 주문자의 당시 신체 상태에 맞는 한약을 주문받아 조제하고 충실하게 복약지도 하는 일련의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주문한 한약과 내용물이나 성분,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