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샌드박스' 서둘러 도입하고
첨단산업 기술 친화 규제 설계를
첨단산업 기술 친화 규제 설계를
규제 혁신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매번 등장한 단골 메뉴였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땐 규제를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라고 부르며 다 치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정부가 직접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의지만 있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다름아닌 규제개혁이다. 기득권층의 양보를 설득하고, 복지부동 공직자들의 마인드를 바꿔내고, 파격적인 제도에 힘을 보태면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맥킨지 측이 지적한 대로 한국 경제는 1960~1980년대, 1980~2000년대 고도성장을 달성한 이후 20여년간 지루한 저성장을 이어왔다.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는데 정책과 법규는 신축적이지 못했고, 규제는 지나치게 일률적인 데다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도 오히려 강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제에 붙들린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환경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제도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메가 샌드박스의 선제적 도입이 대표적이다. 혁신 산업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것이 메가 샌드박스다. 가령 특정 구역 내 상속세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연구개발(R&D) 특구에 탄력적인 근무제를 허용하는 식이다. 시범적으로 특정 지역 안에서 우선 규제를 풀고 효과를 검증해가며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메가 샌드박스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서둘러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첨단 신산업이 꽃피우기 위한 전제도 규제혁신이다. 기존 산업에 들이댄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가하면 신산업이 기를 펼 수 없다. 전기차, 자율주행,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경우 철저히 기술친화형으로 규제가 설계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샌드박스도 고려할 만하다. 샌드박스 데이터를 축적한 뒤 선제적으로 법규를 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주도 성장의 출발점은 여기일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실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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