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이 이른바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을 시인하는 진술을 받아내면서 출범 2주 만에 수사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결과 보고를 받은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들을 추가로 불러 'VIP 격노'의 진상을 굳히면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해병대수사단에 미치게 됐는지 규명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15일)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6시간여 동안 조사한 끝에 윤 전 대통령이 순직사건 초동 수사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1일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14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을 소환조사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특검팀에서 특정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는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 전 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경호처장) △이 전 비서관 △왕 전 비서관 등 총 7명이다.
특검팀은 안보실 회의 참석자뿐만 아니라 당시 회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연이어 조사하며 'VIP 격노'의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민영 순직해병특검 특별검사보는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 내용을 포함해 회의 이후 수사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이 이뤄진 정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당시 회의에 대해 아는 인물들을 폭넓게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16일 오후 윤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강의구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을 불러 격노설은 물론 회의 이후 수사결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부속실장은 이른바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던 회의 당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총 6차례, 10분 21초에 걸쳐 통화를 했고,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 외압을 받았다고 했던 8월 1일과 7~8일 모두 9차례 걸쳐 15분 59초간 통화를 했다.
특검팀은 또 순직사건 초동수사를 맡은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도 이날 참고인으로 불러 의혹 전반을 물어볼 예정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시인한 진술들이 나온 만큼 이번주 안으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다시 불러 VIP 격노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VIP 격노설이 그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이첩 보류 지시, 혐의자 및 혐의내용 축소, 이첩 문건 회수 등 구체적인 수사 외압을 밝히는 작업이 잇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 외압 의혹은 국가안보실 회의가 끝날 무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전화를 받은 직후 발생한 △이첩 보류 지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수사기록물 수정 요구 △8월 2일 국방부검찰단의 경찰 이첩 수사기록의 회수 △8월 24일 국방부조사본부의 혐의자 축소 후 경찰 재이첩으로 구성된다.
이 전 장관은 국가안보실 회의 직후인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직후 자신의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 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 △임 사단장 정상 출근 △국회 설명·언론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통화 직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이첩 보류 등을 지시한 사실이 있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이같은 지시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수사단이 순직사건을 경찰로 이첩한 당일 이 전 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3번 전화를 걸었고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 전 비서관 등에게도 전화를 걸어 기록 회수 등 당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10일부터 사흘에 걸쳐 윤 전 대통령·이 전 장관·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각 자택, 국방부·국가안보실·해병대사령부·육군본부 등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의 사무실 등 2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주요 압수물은 피의자·참고인들의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전자정보 저장매체들이 주를 이뤘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직후 이뤄진 사건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통신내역과 그 내용을 집중 분석하고 소환조사를 거쳐 수사 외압의 전체적인 구도를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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