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혼자 달려온 페어웨이...특급 유망주 김채이의 조급하지 않은 꿈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6 15:42

수정 2025.07.16 15:41

고1 때 골프 시작... 3년만에 KLPGA 정회원 자격 획득 드림투어에서 계속된 상승세... 올해 11월 시드전서 1부 투어 노려

KLPGA 유망주 김채이는 올해 정회원 자격을 회득하고 11월에 시드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제공
KLPGA 유망주 김채이는 올해 정회원 자격을 회득하고 11월에 시드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제공

[파이낸셜뉴스] “너무 빠르게 됐다가, 나중에 안되면 조급해질까봐요. 드림투어에서는 천천히 올라가고 싶어요.”
이 말은 올해 KLPGA 정회원 자격을 따낸 김채이(19)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어쩌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왔지만 속도에 취하지 않는 법을 그는 알고 있었다.

김채이가 골프를 처음 잡은 건 불과 3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많이 늦은 출발이었다. 일반고에서 시작했지만, 골프부가 있는 신성고로 전학하며 본격적으로 페어웨이에 발을 디뎠다.

우연 같았던 시작은 곧 운명이 됐다. '돌격대장' 황유민의 모교로도 유명한 신성고에서 그는 묵묵히 자신만의 스윙을 찾아갔다.

김채이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골프 시작 불과 3년 만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점프투어에 출전해 베스트스코어(8언더파)를 찍었다. 그리고 KLPGA 다산베아채 점프투어에서는 상금랭킹 6위로 당당히 KL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점프투어 6차전에서는 우승자와 단 한 타 차이의 2위를 차지했다. 단기간에 이룬 성취였다. "너무 단기간에 빨리 올라온 느낌이어서 얼떨떨했다"는 말 속에서, 과신하지 않는 그의 성숙함이 묻어났다.

KLPGA 유망주 김채이의 학창 시절 모습. 본인제공
KLPGA 유망주 김채이의 학창 시절 모습. 본인제공

김채이는 롱게임에 강하다. 거리가 많이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약 220m의 드라이버가 웬만하면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언 샷의 정교함은 더 빛난다. 최근에는 그린 적중률이 높아 트러블샷을 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도 알고 있다. "버디를 하려면 원 퍼팅이 필요한데, 퍼팅이 아직 부족해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는다. 숏게임 강화가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다.

좋아하는 선수는 김효주와 임희정. 친했던 버디폭격기 고지우 언니와 DP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민규 오빠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 우상들의 안정적인 플레이와 깔끔한 스윙에 매료된 그다.

이제 겨우 만 19세. 좋아해서 시작한 골프지만, 그가 견뎌야 하는 현실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부모님이 바빠서 투어는 거의 혼자 다닌다. 먼 곳까지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 "혼자서 투어를 뛰는 것이 솔직히 힘들긴 해요"라는 말에 담긴 고단함을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김채이는 당장 올해 11월에는 KLPGA 시드전을 치러야 한다. 예선 하루, 본선 4일. 그 투어에서 15위 안에 들어야 KLPGA 풀시드의 문이 열린다. 거기에서 시드권을 따내지 못하면 2부 격인 드림투어 상금랭킹 20위 안에 들어야 한다.

페어웨이를 묵묵히 걸어가는 김채이는 오늘도 홀로 운전해 연습장으로 향한다.
혼자 밟아야 할 길이기에 더 단단해진다. 너무 빨리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언젠가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박수를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