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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협상 '패키지 딜' 엇박자…'전작권·방위비·농축산' 조율 진통

뉴스1

입력 2025.07.16 11:42

수정 2025.07.16 11:42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워싱턴D.C에서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워싱턴D.C에서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미국의 관세 발효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총력 협상에 돌입했다. 방위비와 한미동맹 등 외교·안보 사안과 통상 부문을 아우르는 '패키지 딜'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시각차가 적지 않다.

특히 예민한 농축산물 수입 허들을 낮추는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외교·안보 라인도 패키지딜 협상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산업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부처 간 이견까지 불거지면서 전체 협상을 총괄 조율하는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소고기 월령 제한 철폐 여부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관심이 모인다.



여한구 "농상물 협상 늘 고통스러워"…대통령실 "사전 협의 없는 발언"

16일 정부에 따르면 통상 당국은 미국과 협상에서 일부 농축산물의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관세를 앞세운 전방위 압박 속에 핵심 산업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내밀 협상 카드는 농축산물이 1순위라는 판단이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 폐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쌀 시장 개방 확대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우리 통상당국도 일부 불가피성을 공식 인정했다. 협상차 방미 후 귀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은 미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어떤 나라와 FTA를 해도 고통스럽지 않는 부분이 없다"며 "저도 협상을 많이 해봤지만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고, 그래도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여 본부장은 "농산물 부분도 우리가 지금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며 "분명히 민감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 건 지키되 협상 전체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 및 수출입, 통상 전반을 담당하는 산자부의 이같은 협상 전략에 농식품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협상 과정에 공개 의견 표명은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무부처가 사실상 배제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농축산물 개방 카드가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패키지 딜 협상이 아직 본격화하기도 전에 우리 측 협상 전략이 일부 노출된 셈이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 본부장이 언급한 내용은 대통령실과 사전에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 대통령실은 여 본부장의 농축산물 개방 시사 발언에 선을 그으며 패키지 딜 협상 방침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예민한 '農心' 고심 깊어지는 李대통령…대통령실 "협상엔 변수 많다"

정부 내 엇박자와 별개로 농축산물은 미국과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피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광우병 파동' 전례와 쌀 시장 민감성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도 쉽사리 결단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농축산물 분야를 비롯해 한미 협상 콘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어느 수준까지 내어주고 실리를 지키는 전략을 짜낼 지가 관건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권 환수, 방위산업 협력 등 외교·안보 사안과 농축산물 개방 수위, 신산업·에너지 분야 대미 투자 등 포괄적 사안을 내부 조율하며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무 협상에서 각 세부의제를 진전시켜 나가면서도 큰 틀의 양국 입장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면 고위급 인사 간 담판도 예상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조만간 다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기재부 구윤철·산업부 김정관 장관 후보자 임명시 동반 출국,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재방미 등이 거론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통상교섭 협상 과정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 상당히 변수도 많고 민감도가 높다"며 "국익을 최선으로 하는 방향 안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통상교섭에 관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