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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골프라이프… 중요한건 힘보다 마인드 [이지연의 클럽하우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6 18:07

수정 2025.07.16 18:21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 회장 (1) 골프인생, 60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1언더파 기록 '아마추어 고수'
샷 시간 30분 나머진 정신력싸움
20년 넘게 남은 골프인생 기대
100대 골프장 라운드 등 도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재술 전 회장 사진=서동일 기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재술 전 회장 사진=서동일 기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더 이상 노년층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문구가 아니다. 100세 시대에 들어선 요즘에는 새로운 시작과 도전으로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살았으니 60세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국내 컨설턴트 1세대로 회계 컨설팅 업계에서 최장수 최고경영자를 지낸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66)은 이 말에 꼭 맞는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1981년 회계사가 된 그는 치열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다. IMF 사태 이후 '한국형 워크아웃'이라는 기업회생 프로그램을 고안한 것도 그였다. 1999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하나회계법인 대표이사가 됐고, 2009년부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및 회장을 지내면서 2017년 은퇴까지 열심히 달렸다.

젊은 시절은 물론 은퇴 이후에 그의 인생을 풍요롭게 채워준 건 골프였다. 이 전 회장은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데 꼭 맞는 말이다"며 "인생도, 골프도 서너 번의 기회와 위기가 꼭 온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과 전략이 정말 중요하다. 경영전략이나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했던 내 업무와도 닮은 점이 많아 골프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1989년부터 미국 딜로이트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7번 아이언으로 연습을 시작해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1년간의 뉴욕 지사 근무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근무지를 옮긴 이후에는 골프에 더 빠져들었다. 퇴근 뒤 연습장과 파3 골프장을 오가는 일상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1년 만에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이 전 회장은 36년의 골프 인생에서 아마추어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베스트 스코어는 1언더파. 한 차례의 홀인원과 두 차례의 사이클 버디, 10여 차례의 이글, 그리고 어렵기로 정평이 난 우정힐스CC에서 6개의 버디도 해봤다. 50대 초반까지는 이븐파도 자주 기록했다. 60대가 된 지금은 스코어가 예전 같진 않지만 여전히 그는 아마추어 고수로 통한다. 그는 "젊었을 때는 원하는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파5 롱홀에서 투온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힘보다는 전략이나 마인드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드로 무조건 멀리 치려다 벙커 같은데 공을 빠뜨리는 것보다 아이언 샷으로 자신있는 거리를 남기는 것이 전략"이라며 "18홀의 라운드 동안 샷을 하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계속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런 측면에서 골프는 신체적으로 30%, 정신적으로 70%인 운동"이라고 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골프 인생을 14번 홀에 비유한다. 1홀을 5년 정도로 보고 앞으로 20년 이상 골프 인생을 즐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7년 은퇴 이후에는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행에 옮겼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미뤄왔던 세계 100대 골프장 라운드를 새로운 도전 목표로 삼고 실행해나가고 있다. 라운드한 40여 개 골프장의 보물 같은 스코어카드를 품고 나와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미국 100대 골프장과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골프장이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선정된다. 앞으로 부지런히 다녀서 100개를 채울 계획"이라고 미소지었다.

에이지슈트는 그가 도전하고 싶은 또 다른 목표다. 77학번인 그는 "희수인 77세 때 77타를 치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88세인 미수 때는 88타를 치고 싶다"며 "작년에 곧 아흔을 바라보는 서울대 회계학과 이정호 은사님과 골프를 했는데 160m 정도의 드라이버 샷으로 3온을 하고 파를 기록하는 모습에 놀랐다. 환갑에 골프를 시작한 분인데, 20년 넘게 골프를 건강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이 골프가 됐다는 그에게서 '골프 인생이야말로 60부터'라는 말이 떠올랐다.


■ 이재술 전 회장은 1981년 회계사로 시작해 컨설팅 관련 업무로 영역을 넓히며 금융,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활약했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 금융감독원 은행경영평가위원 등을 지내며 2011년 국가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현재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지연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