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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심성 사업' 단체장 배상 판결, 옥석 가리기가 중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7 18:08

수정 2025.07.17 18:08

무리한 票퓰리즘 공약 남발 제동
소신행정과 날림공약 구분 필요
대법원은 지난 16일 30년간 혈세 약 2조원 손실을 초래한 용인경전철사업과 관련, 방만한 재정운용 책임을 물어 전임 단체장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선출직인 단체장에게 특정 사업의 실패로 지자체 금고에 손실을 입혔으니 물어내라는 것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30년 만에 첫 사례다. 용인시 주민들이 2013년 10월 용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12년 만에 승소로 결론이 난 것이다. 배상액은 무려 214억원에 달했다.

주민소송단은 "'임기 중 일을 벌여놓고 퇴임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관행에 종지부를 찍은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막대한 혈세를 허투루 쓴 최종 결재권자에게 법적 철퇴를 가한 것으로서 단순히 금전적 손해배상을 뛰어넘는 함의가 있다. 특정 사업에 대한 잘잘못을 넘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신중함과 엄중한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선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공약을 내걸고 사업 추진을 강행할 경우 단체장 개인에게도 손배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데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계획이나 실현가능성, 정책적 기대효과 없는 '공수표'로는 당선돼도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다선을 노리는 단체장이 선거 직전 표를 의식해 이른바 '표퓰리즘' 사업을 시작할 경우 차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부터 각성해야 한다.

이를 막으려면 백지수표 공약이나 경제성과 수요예측이 불확실한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유권자나 언론의 검증이 강화돼야 한다.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 타당성평가와 시민 공청회 등 투명한 공개 검증시스템의 법제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선심성 사업을 원천봉쇄할 정밀한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날림공약' '즉흥공약'은 주민소송과 배상 청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선거 이후 공약이행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감독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자체의 개발사업 계획이나 예산을 의결하는 전국 지방의회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집행부(지자체장)의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나 예산집행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니 '공동정범'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소신행정'과 '선심성사업'의 구분을 통한 옥석 가리기이다. 자칫 주민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추진이 불가피한 사업(SOC 포함)까지 손실이 났다고 무조건 배상 책임을 덧씌워선 곤란하다. 소신행정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앞으로 비슷한 주민소송이 남발될 가능성도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과도한 행정 위축으로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을 가로막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충직한 공복(公僕)이 되려는 자는 '좋은 정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 스스로 표퓰리즘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진짜 소신행정을 펼칠 위정자를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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