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용 무죄 원심 확정
기업 무리한 수사 더는 없어야
기업 무리한 수사 더는 없어야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와 재판으로 흘려보낸 지난 10년의 세월은 삼성에 뼈아프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때 이 회장은 사법 족쇄에 묶여 소모전만 펼쳤다. 수감과 법원 출석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의 기세는 확 꺾였다. 반도체 후발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시달리고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AI 칩에선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은 더뎠고 대규모 투자도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초일류 기업에 덧씌워진 범죄 이미지도 치명적이다. 법원의 무죄 확정에도 걷어내기 쉽지 않다. 무리한 기업 수사의 폐해가 더는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낸 이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다시 삼성의 기적을 만들고 한국 경제에 큰 보탬이 돼주길 모두가 바랄 것이다. 글로벌 첨단 기술 싸움은 기업의 승패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급박한 상황이다. 성장 동력을 잃은 한국 경제가 다시 부흥의 날개를 달기 위해서도 삼성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가전, 반도체, 스마트폰 신화를 잇는 삼성의 새로운 혁신을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
난제는 곳곳에 있을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론 무사안일과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다시 초격차 삼성의 근성을 되살려야 한다. 도전과 파괴적 혁신은 삼성이 과거 가장 잘했던 일이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인 뒷받침도 절실하다. 삼성이 겪은 사법 리스크는 오래된 반기업, 반재벌 정서와도 무관치 않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막연한 반감은 국가 경제나 국민들 삶에 하등 도움이 못 된다.
성장과 일자리는 기업의 분투, 기업인의 불굴의 의지가 발휘돼야 가능하다. 기업이 기를 펴지 못하면 청년들 미래도 암울하다. 기업을 멸시하는 풍토에서 희망은 싹틀 수 없다. 그런 만큼 기업가 정신을 독려할 정책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여당이 추진 중인 더 독한 상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은 자제돼야 한다. 세금 부담을 덜어줘도 부족한데 내렸던 법인세를 다시 인상하겠다는 계획도 적절치 못하다. 비상한 시국에 삼성과 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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