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자본의 생산 기여도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지만,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효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통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자본을 투입해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힘, 즉 생산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전날(17일) 발표한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2.6%로 집계됐다. 2023년(3.0%)보다 0.4%포인트(p) 낮아진 수치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본서비스물량은 기계·건물·연구개발(R&D) 등 자산이 실제 생산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물량 기준으로 측정한 지표다. 자산 규모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생산 과정에서 자산이 '얼마나 일했는지'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역사적으로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1980~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0%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가, 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에는 4.3%로 급락했다. 이후 7% 내외 수준을 회복한 후 2000~2010년대에는 4~5%대를 오가며 점차 낮아졌다.
2020년대 들어서는 하락폭이 확대됐다.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2021년 4.2%에서 2022년 3.8%, 2023년 3.0%, 2024년 2.6%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자산이 누적될수록 증가율이 둔화하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하락 속도는 이례적으로 가파른 상황이다.
분야별로는 대부분의 자산에서 증가율이 둔화했다. 건설자산은 2.2%로 전년 대비 0.2%p 낮아졌고, 설비자산도 2.8%로 0.3%p 하락했다. 특히 지식재산생산물(IPP)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1.9%로 전년보다 1.1%p 낮아졌다.
제도부문별로는 비금융법인의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이 2.7%로 0.5%p 내려 가장 하락폭이 컸다. 금융법인은 0.4%p 하락한 3.5%, 일반정부는 0.2%p 하락한 2.6%, 가계및비영리단체는 0.3%p 하락한 2.3%였다.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의 급격한 둔화는 전통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더 이상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 동력이 약화하며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산업 발굴이 시급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원 현재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이 하락하는 것은 결국 투자를 했을 때 성과 지표가 제대로 안 나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며, 산업의 고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에 없었던 산업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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