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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미국 법원서 페달포인트 임원 증언 확보"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8 10:49

수정 2025.07.18 10:49

뉴욕남부지법, 페달포인트 임원 증언 허가
최윤범 회장 책임 규명 본격화
고려아연 로고(왼쪽) 및 영풍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고려아연 로고(왼쪽) 및 영풍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 의혹과 관련해 미국 현지 핵심 인력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풍이 제기한 증인 소환 요청을 받아들였다. 소환 대상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 Holdings)'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함모 씨와 시니어 매니저 하모 씨로, 이들은 이그니오 인수 당시 핵심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영풍과 MBK는 지난 2일 같은 법원으로부터 페달포인트의 내부 문서와 법인 대표의 증언 확보를 허가받은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문서뿐 아니라 인적 증언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이그니오 인수 과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절차는 미국 연방법 제1782조에 따라 진행됐다. 이 조항은 외국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미국 법원을 통해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풍은 한국 내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 필요한 자료 확보를 위해 이 조항을 근거로 사법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법원은 결정문에서 "페달포인트의 재무자료는 이그니오가 과대평가된 가격에 인수됐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며 "고려아연 이사들이 거래 과정에서 적절한 실사를 하지 않았거나 고의적으로 부풀려진 기업 가치를 수용했음을 입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영풍과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공개매수를 단행한 이후 이그니오 인수를 핵심 문제로 제기해왔다.
이들은 "최윤범 회장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 이그니오를 5800억원에 인수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매도자에게는 투자금의 100배에 달하는 이익을 안겨줬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영풍은 이번 증언이 이그니오 인수의 타당성을 다시 점검하고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과 MBK는 미국 내 법적 절차와 별도로 한국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서도 해당 증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