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 후속으로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여권은 관련 법안을 모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기존 자사주도 소각 대상
여권이 추진 중인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은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소각해야 하는 시한이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이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안은 자사주 취득일 기준 1년 내 의무 소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취득 후 6개월 이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3년 이내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 자사주에 대한 소각 원칙도 담겼다. 법 시행 이전에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 역시 해당 기한 안에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차규근 안은 기존 자사주의 경우 법 시행일로부터 5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다만 세 법안 모두 예외 규정은 따로 뒀다. 임직원에 대한 보상,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양도, 공모로 발행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행사 등을 위해 활용할 경우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게 했다. 김남근 안은 매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자사주 보유를 승인받지 못할 경우 즉시 소각하도록 했다.
주주가치 높인다더니…자사주 꼼수 활용
자사주는 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기회사 주식을 의미한다.
원래 상법은 회사의 자사주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예외적으로 소각 목적,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을 위한 자사주 취득은 허용했지만 목적이 다하면 처분해야 했다.
이후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주환원 효과가 생기고, 적대적 인수합병 등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였다.
그런데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놓고 유통 주식 수 감소 효과까지 발생하는 소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하나로 보고 자사주 매입 시 바로 시가총액에서 제외하는 미국 등과 다르게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분리해 본 것이다.
문제는 회사들이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를 마치 '사금고'처럼 활용하며 발생했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하면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거나, 우호 세력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넘기면서 기존 주주들에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이번 법안들은 기업들의 자사주 꼼수 활용을 막고, 자사주 취득에 따른 소각 원칙을 분명히 해 주주환원 효과를 높인다는 데 목적이 있다.
재계 "자사주 매입 줄어들 것"…'자사주 많은 기업' 주가↑
재계에선 자사주가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현실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소각이 뒤따라오는 미국과도 비교가 많이 되지만 차등의결권과 같은 방어권이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자사주 소각 입법 움직임에 대해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며 소각 의무화 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유인이 줄어들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에 일각에선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 시 자사주 소각 법안 처리는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시장은 반응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은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 상승 폭을 키웠다. 자사주 비중이 53.1%에 달하는 신영증권(001720)은 이달 들어 주가가 38%까지 뛰었다. 자사주 지분이 32.51%인 롯데지주(004990)도 주가가 최고 2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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