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악관현악단 실내악 시리즈 '소리섬 : 시대와 함께한 아리랑'
[파이낸셜뉴스] "나는 우리나라가 군사 대국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광복 이전, 척박하고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백범 김구 선생은 민족의 미래를 '문화'에서 찾았다. 그 꿈이 눈앞의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민족의 상징과 같은 민요 '아리랑'을 국악실내악 형식으로 풀어낸 연주회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실내악 시리즈 '소리섬: 시대와 함께한 아리랑'을 오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아리랑'이라는 민족의 노래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떻게 재창조됐는지를 음악적으로 조망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이승훤 단장은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로, 근대까지도 새롭게 창작되거나 당시 시대상에 맞춘 가사가 생겨나는 등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아리랑을 시간의 순서와 역사적 사건에 따라 재구성해 역사적 흐름을 담은 음악적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고 이번 공연의 의의를 짚었다.
이번 무대는 설명 없이 음악과 감정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서사 없는 서사' 형식으로 진행된다.
공연의 첫 곡은 일본 규슈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츠키 아리랑'이다. 해금과 피아노의 앙상블로 구성된 이 곡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정착하게 된 조선인의 삶과 그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춘천 아리랑'은 경기소리를 중심으로 생황, 양금, 가야금, 타악이 어우러지며 명성황후 시해와 의병 항쟁이 시작되던 격동의 시대를 음악으로 되살린다.
'상주 아리랑'은 대금, 생황,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대아쟁, 타악 등 다채로운 편성으로 일제강점기 토지 수탈의 비극을 음악 언어로 풀어낸다.
'고려인의 아리랑'은 대금과 대아쟁, 피아노의 깊고 묵직한 음색을 통해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연해주 고려인들의 실향의 정서를 담아낸다.
다섯 번째 곡 '광복군 아리랑'은 판소리와 피리, 타악, 피아노의 강렬한 선율로 항일 무장투쟁의 정신과 의지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아라리요'는 소프라노와 해금, 아쟁, 대금, 생황, 더블베이스, 피아노가 함께 어우러지며, 세계화 시대 속 아리랑의 확장성과 감성의 새로운 결을 전한다.
마지막 곡 '의병 아리랑'은 대금, 피리, 해금, 가야금, 아쟁, 첼로, 타악, 신시사이저 등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편성으로 1900년대 초 의병 활동의 정신과 저항의 선율을 형상화한다.
작·편곡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 김현섭을 비롯해 작곡가 김영상, 정혁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피아니스트로도 무대에 올라 연주자들과 긴밀한 호흡 속에 작품을 완성한다. 연주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수석 및 부수석 단원들로 구성된 SMTO 앙상블이 맡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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