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인천 총격' 60대 피의자 자택에 폭발물 설치…이웃들 "다리 떨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1 14:26

수정 2025.07.21 15:09

도봉구 자택 주민들 새벽 대피 소동
"이웃과 왕래 잦지는 않아"
경찰 "폭발물, 제거 안 했으면 폭발했을 가능성"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 사진=서지윤 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용한 동네라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다리가 후들거려서 대피하는 데 애 먹었잖아요."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서 시너와 점화 장치를 비롯한 다수의 폭발물이 발견된 가운데 이웃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찰은 실제 폭발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고, 주변에 아파트와 주택, 학원가, 학교가 밀집한 만큼 폭발물을 제때 제거하지 않았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1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A씨의 이웃들은 이른 새벽 대피 소동을 겪었다고 말했다. 주민 남모씨(77)는 "소방대원이 인터폰으로 안내해 줘서 오전 1시30분에 내려왔고, 주민들이랑 복지회관 쪽에 앉아 있다가 오전 3시 도봉보건소 7층 강당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가족들은 계단으로 이동하고, 나는 다리를 수술해서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소방대원이 인터폰으로 폭발물 신고가 들어왔으니 빨리 대피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의심스러워 밖을 쳐다봤다"며 "반짝반짝한 불빛이 보였고, 구급차에 경찰, 소방대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A씨가 다른 이웃과 왕래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조모씨(50대)는 "어느 순간부터 모자를 쓰고 인사를 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도 "그 분을 잘 아는 분이 다른 층에 사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따로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최근에 어떤 통을 들고 다니는 걸 자주 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시너와 점화 장치를 비롯한 다수의 폭발물이 발견된 만큼 A씨와 다른 곳에 사는 주민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2분 거리인 인근 200m에는 다른 아파트, 주택 등이 다수 밀집해 있다. 도봉구 주민 김모씨(72)는 "동네에 그런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무섭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경찰특공대가 피의자 A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서 시너 14통,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발견해 안전하게 제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로부터 자신의 쌍문동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해당 건물 주민 105명을 모두 대피시키고 현장 수색을 실시했다. 폭발물은 이날 오후 12시 폭발하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차량 조수석 등에서는 사제 총기 10정과 실탄 3발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제 폭발물을 그대로 뒀으면 실제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사제 총기를 제작한 흔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발물 위력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31분께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단지 주택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피의자로 검거됐다. 경찰은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현장에서 쓰러진 30대 남성 B씨를 발견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숨을 거뒀다.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