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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기후에 잘못된 정치적 결정·통화정책... 세계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1 15:17

수정 2025.07.21 15:43

지난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리메라의 한 종장에서 오렌지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리메라의 한 종장에서 오렌지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무더위와 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로 인해 전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극단적인 기후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 잘못된 결정과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도 식량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의 공공 연구소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BSC)의 연구에서 과거에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확량과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식량 가격을 끌어올렸던 것이 이제는 단기적인 급격한 가격 오름세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BSC 연구에서는 한국의 배추, 인도의 양파 같은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식량 체계의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한국은 올 여름 무더위에 배추 가격이 70% 상승했으며 지난해 더위로 지난해 양파 가격이 89% 급등했다. 지난 2022~23년 스페인 남부에 장기간 이어진 가뭄에 유럽의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 50% 상승했다.

일본은 지난해 가을 쌀값이 48%, 중국은 야채값이 30% 오르는 등 더위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에 대해 BSC의 연구원 맥스밀리언 코츠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안정된 기후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CS 연구에서 극단적인 기후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 정도로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코츠는 극단적인 기후가 30~40년전에 비해 점점 변하고 있으며 온실 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식량 가격을 전망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텍사스대 공공정책 교수 라지 파텔은 잘못된 정책이 기후와 연계된 식량 가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러시아의 무더위와 산불로 인해 밀 가격이 상승했을 당시 수출을 막은 것이 밀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모잠비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빵 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발생한 상황을 예로 들면서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 뒤에는 정치적인 이유 또한 있다고 지적했다.

BSC 연구에서는 특히 소비자 물가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신흥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지정학 등 외부 문제에 취약한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의 경우 금리 인상은 식량 공급을 늘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생산량을 줄어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영국 같은 식량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해외의 식량 가격 상승에 취약함을 보였다.

지난주 영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18개월 중 가장 높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한 것도 식량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BSC 연구에 참가한 영국 자선단체 푸드파운데이션의 앤 테일러 이사는 식량 가격이 상승할 경우 빈곤한 가계들은 영양이 낮은 음식을 먹게 되며 “특히 과일과 야채 섭취가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