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면 일대 전기·수도 끊기고 통신마저 마비…"마실 물도 없다"
[르포] 더딘 복구에 가평 주민들 고통…실종자 수색도 난항(종합)조종면 일대 전기·수도 끊기고 통신마저 마비…"마실 물도 없다"
(가평=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도로는 뚫렸다지만 마을은 여전히 엉망이에요. 물 빠진 곳은 진흙투성이고 정전으로 통신까지 끊겨 너무 힘들어요."
전날 새벽 쏟아진 물 폭탄에 쑥대밭이 된 경기 가평군 조종면 일대는 이튿날인 21일 오전에도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며 여전히 멈춰선 듯한 모습이었다.
수해 현장에는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큰 피해를 본 대보리 마을은 중장비가 투입돼 차량 통행이 간신히 가능할 정도로 도로가 복구됐지만, 길가 곳곳에는 진흙더미와 쓰러진 나무, 토사물이 쌓여 있었다.
침수된 민가와 펜션 등 건물 내부는 방치된 상태였고 파손된 차량 역시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을 경로당 안은 흙탕물이 그대로 굳어 진흙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대보1리의 한 주민은 "사람이 살던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어제부터 정치인들만 왔다 갔다 할 뿐 정작 복구 작업은 하나도 안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쓰러진 전봇대로 인해 전기와 통신은 끊겨 휴대전화 신호마저 잡히지 않았다. 외부와의 연락이 사실상 두절된 상황이다.
피해 주민들은 스스로 흙과 토사를 치우는 등 복구를 시도하거나 당국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보2리 주민 김인배(70) 씨는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연락마저 끊겨 어쩔 수 없이 마을 밖으로 떠나 있다"며 "마을은 아직 아수라장"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펜션 건물이 무너지며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조종면 신상리 일대는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산에서 밀려 내려온 뿌리째 뽑힌 나무와 토사물이 주택을 덮치고 도로마저 휩쓸었다.
신상리 주민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넣은 끝에 이날 오후에야 도착한 포클레인은 막힌 도로를 뚫고 있었다. 이들은 고립된 채 당국의 지원도 받지 못해 기본적인 식사나 세면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8년째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70대 윤모 씨 부부는 지난 토요일 가평을 찾았다가 산사태로 농막에 고립됐다.
윤 씨는 "정전과 단수로 휴대전화 충전도 못 하고 마실 물도 없다"며 "산사태로 개울물이 흘러내려 와 그 물로 씻으며 버티고 있다. 제발 물이라도 좀 가져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종면 일대는 주택과 군부대, 음식점 등도 아직 전기와 수도가 끊겨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군부대 등이 총동원돼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무너진 도로와 단전·단수, 통신 두절 등 악조건으로 인해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쌓인 토사물과 빠른 하천 유속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당국은 특히 산사태로 매몰된 마일리 캠핑장 일대부터 대보교와 청평면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6개로 나눠 실종자 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마일리 일대에는 경찰 과학수사대와 체취증거견이 투입돼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으며, 소방의 인명구조견도 동원돼 실종자 흔적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는 "지형이 험하고 토사가 두꺼워 하천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워 망원경으로 계곡을 관찰하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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