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강남시선] 특구만 남발하는 균형발전정책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1 18:13

수정 2025.07.21 18:13

김태경 전국부 부장
김태경 전국부 부장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되고 있는 지역특구만 2000개가 넘을 정도로 특구가 남발되고 있다. 이런저런 특구만 해도 수천개로, 무슨 특구가 있는지 또 제대로 작동하고는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지역특구는 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여전히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는 데다 지방은 인구소멸로 공동화 위험에 직면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구 남발로 대표되는 것이 그동안 추진돼 온 균형발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한다.

지방이 자율권을 가지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향보다는 마치 중앙정부의 공모 사업을 하나라도 따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돼 일단 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중앙정부의 재정 및 세제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는 좋은데 성과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특구는 지역 발전과 산업 육성을 위해 유용한 제도이지만 운영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여러 부처에서 비슷한 목적의 특구를 지정하다 보니 중복된 특구가 난립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령 한 지역에 관광특구, 문화특구, 산업특구가 겹쳐 지정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예산과 인센티브가 분산돼 실질적인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특히 지정만 되고 실제로 운영되지 않는 특구가 많아 사실상 사문화된 특구가 널려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특구 지정과 지원은 계속되고 있어 관리체계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많은 특구가 성과 평가체계가 없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 중 교육발전특구는 예산 축소와 시설사업 배제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지역 주민의 수요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별 지정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지자체 요구대로 지정되는 지역이 증가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 지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특구 지정한도(면적·지정개수), 입지(가능구역), 사업타당성(사업효과 등) 등 경제적 효과보다 지역 간 형평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당초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입지에 특구를 지정하는 사례도 왕왕 존재한다. 이에 따라 특구 지정은 물론 예산만 잡아먹는 구조적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 지원에만 방점을 찍는 현행 특구 지정 체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구는 단순한 지정에서 벗어나 지역의 미래 전략과 연결된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부처별로 분산된 특구 제도를 통합해 중복과 비효율을 줄이고 총괄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 특구 간 역할 조정과 전략 수립을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국토부, 교육부 등 각 부처의 특구를 연계해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는 전략 전환도 그중의 하나다. 특히 성과 중심의 운영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실적이 저조한 특구는 과감히 해제 또는 조정하고 성과 지표를 명확히 설정해 실질적인 지역 발전을 유도하는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개별 특구제도가 소관부처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부처 간 특구 운영현황 파악 및 선순환을 위한 종합적 로드맵 수립·조율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처럼 중앙은 지원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 전략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새로운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자원만 배분한다고 해서 지역발전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에 맞는 특화전략은 물론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실험적 모델을 운영하고 전국 확산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방위적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특구가 지역 발전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제도적 정비와 전략적 운영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

ktit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