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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세협상, 국익과 실용 사이 냉정·유연한 접근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1 18:18

수정 2025.07.21 18:18

새정부 초대 경제팀·국회 막판 대응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전략 필요
D-10. 다음 달 1일 미국 트럼프 정부의 25% 상호관세 발효까지 남은 시한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일 이후 기본관세 10%가 유지되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것이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협상 시한이 임박했으니 사실상 백기투항하라는 말로 들린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초비상 상황이다.

지난 20일 막판 대미 관세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급파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안보·통상 분야에서 패키지 협상을 벌이게 된다.

'경제 사령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번 주 미국을 찾는다.

구 부총리는 21일 취임식 후 "관세협상이 최대한 잘되도록, 국익과 실용에 맞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 세부 관세협상 타결을 시도한다. 김 장관도 이날 '대미 통상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전반적 국익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한미의원연맹 방문단도 현지에서 무역협상 지원을 위해 활동 중이다.

중국과 함께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에게 막대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어 협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의 주력 수출분야인 자동차(25%)와 철강(50%)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도 품목별 관세가 예고됐다.

미국은 '관세폭탄'을 앞세워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제한 철폐, 쌀 시장 개방, 과일 및 곡류 검역 완화, 유전자변형농산물(LMO) 수입규제 완화,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 등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를 요구해 왔다. 우리로선 어느 것 하나 내주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관련 농가의 고사 위기 등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지난달 증가로 전환된 수출은 한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수출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3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미국 관세 영향 탓에 자동차 부품과 철강 수출이 위축됐고, 대미 수출만 보면 2.1% 줄었다.

앞서 미국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3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농산물 개방과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알짜' 실리를 다 챙겼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성과주의를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기조가 농산물·에너지 분야 등에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내줄 건 최소한으로 내주고 지킬 건 최대한 지키자'는 냉정한 전략으로 임하는 게 현명한 책략일 수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앞으로 2주가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정은 그만큼 절박하다.

새 정부 초대 경제팀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것은 '국익'과 '실용'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을 보호하고,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익을 위해 양보할 건 양보해야 지킬 건 지킬 수 있다는 냉정한 결단이 요구된다.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지원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