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교육용 가구의 규격화를 강조하며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의 평균 키 범위를 공개했다. 광범위한 평균 수치를 공개했는데, 남한과 차이가 나는 아동 및 청소년의 신체 발달 수준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월간지 '조선건축' 1월호에 따르면 북한은 교육부문에서 필요한 가구 규격 문제를 짚으며 가구 설계의 다양성을 주문했다. 잡지는 "보통교육 부문에서 필요한 교구 비품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세우자면 교종별 특성에 맞게 여러 가지 가구들의 규격을 바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년별 키의 범위를 소개했다.
북한은 유치원생의 경우 어린이들의 평균 키가 100~120㎝, 소학교(초등학생) 110~150㎝, 고급중학교 초급반(중학생) 130~160㎝, 고급중학교 고급반(고등학생) 150~170㎝, 대학생 155~180㎝ 등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수치는 한국에 비해 광범위하게 제시된 것으로, '평균'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측정 방식이 평균을 낼 수 없게 지역 및 기관별로 차이가 있거나, 교육기관에 제공하는 가구를 오래 쓸 수 있게 크게 제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2024년 기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 아동 및 청소년의 연령별 평균 키 범위는 △유치원(4~6세) 101.1~114.6㎝ △초등학생 121.4~153.3㎝ △중학생 157.8~170.9㎝ △고등학생 161.3~174.4㎝ △대학생(19~24세) 161.8~176㎝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의 세대별 평균 신장·체중' 자료에 따르면 만 15세 남성 탈북민의 평균 키는 156.5㎝, 20대 남성의 평균 키는 165.4㎝로 남한의 만 15세 남성 평균 키(170.9㎝)와 20대 남성 평균 키(174.4㎝)와 비교하면 약 10㎝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청(KDCA)과 교육부가 주관하는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및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매년 남녀 학생의 평균 키의 통계가 발표된다. 북한도 이처럼 체계적인 측정이 제도적으로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또 북한의 경우 생활 수준에 따라 신체 발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0~2022년 기준 북한 주민의 45.5%가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건축은 교육 기관용 가구 설계 규격화가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편리하고 편안한 생활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환경을 일신하기 위한 사업의 중요한 선차적 공정"이라면서도 "가구 설계를 규격화해야 공장에서 제품을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질도 높이고 제작 원가도 낮출 수 있다"며 증산과 원가 절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분야별로 생산 규격을 일원화하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자 노동신문에서는 지방공업성에서 기존 키와 가슴둘레에서 허리둘레까지 반영된 '3인자 호수체계'를 도입한 교복 생산법을 완성해 전국에 도입했다고 1면에 선전한 바 있다. 피복연구소 연구사들이 6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의 성장 특성과 부위별 몸 치수를 정하고 이에 기초해 3인자 호수체계를 확립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