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워터파크에서 미니 동물원까지" 제주신화월드서 누리는 호사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4 15:46

수정 2025.07.24 16:22

신화월드에 여장 풀고 저지리 아트투어·비양도 미식투어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를 잡은 제주신화월드. 오른쪽에 우뚝 솟은 산이 산방산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를 잡은 제주신화월드. 오른쪽에 우뚝 솟은 산이 산방산이다.

【제주=정순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총 부지가 250만㎡, 즉 76만여평에 달한다고 하는데, 금방 그 크기가 가늠되지는 않았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300만㎡이니 여의도의 약 80% 규모"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엔 4개의 호텔과 빌라 등 약 2000개의 객실이 있고, 20여개의 어트랙션을 보유한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미니동물원, 극장, 쇼핑몰, 각종 식음업장, 컨벤션센터, 카지노(외국인 전용) 등이 있어 '대규모 프리미엄 복합 리조트'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난주 이곳에 여장을 풀고 저지리 미술관 투어와 비양도 미식 투어를 다녀왔다.



제주신화월드 신화테마파크 '댄싱 오스카'
제주신화월드 신화테마파크 '댄싱 오스카'
제주신화월드 신화워터파크 '스카이 풀'
제주신화월드 신화워터파크 '스카이 풀'
카피바라 특화 '모모쥬 동물원' 개장

제주신화월드는 지난 11일 카피바라(대형 설치류) 특화 미니 동물원 '모모쥬'를 신화테마파크 내에 정식 오픈했다. 카피바라는 느릿느릿하고 온순한 성격 탓에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특히 온천에서 족욕을 즐기는 영상이 밈(meme)으로 퍼지면서 인형, 필통,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등 굿즈도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

'모모쥬'에는 이밖에도 기니피그, 미어캣, 알파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동물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희귀 소형 동물 약 30종이 함께 있어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생태설명회와 카피바라 등 동물 먹이주기 체험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모모쥬 동물원 내부 모습
제주신화월드 모모쥬 동물원 내부 모습
모모쥬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카피바라
모모쥬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카피바라

제주신화월드는 여름시즌을 맞아 다양한 시즌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특히 신화워터파크 내 인피니티풀 '스카이 풀'에서 진행하는 '2025 스카이 풀파티'는, 낮에는 제주 오름과 신화워터파크가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고, 해질 무렵엔 감귤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또 매일 밤 9시10분에는 워터파크 주변과 리조트 일대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져 잊지 못할 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이번 여름 제주신화월드에선 김지희 작가의 최신작을 내건 '인투 더 아일랜드'전을 비롯해 리조트 내 러닝 코스를 신나게 달려볼 수 있는 '런트립 신화', 한 여름 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비어 가든 라이브' 등이 절찬 진행 중이다.

유동룡(이타미준)미술관 외부 모습
유동룡(이타미준)미술관 외부 모습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내부 모습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내부 모습
김창열서 유동룡까지, 저지리 아트 투어

제주신화월드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5분쯤 달려가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나온다. 지난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 개관 이후 회화·조각·사진·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형성된 이곳에는 제주현대미술관 외에도 김창열미술관, 유동룡미술관, 제주공예박물관, 화가 박서보의 집 등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1929~2021)이 지난 2016년 자신의 주요 작품 220점을 기증하면서 문을 연 김창열미술관은 제주도가 직접 운영하는 도립미술관으로, 작가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기리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총 8개의 전시 공간은 얕은 외벽으로 연결돼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데, 어두운 동굴 같은 분위기의 내부 통로와 밝은 전시 공간이 대비돼 묘한 시각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창열 작가가 물방울을 3차원으로 형상화 한 설치작품 '의식(Ceremony·1993년)'
김창열 작가가 물방울을 3차원으로 형상화 한 설치작품 '의식(Ceremony·1993년)'

현재 이곳에선 작가의 초기작을 볼 수 있는 ‘물방울의 방 1972~83’과 화가 하인두(1930~1989)의 작품을 나란히 내건 2인전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에선 ‘무제’(1958), ‘제사’(1964), ‘제전’(1967) 등 물방울 이전 작품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바람의 건축가'로 알려진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1935~2011)과 만날 수 있는 유동룡미술관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22년 문을 연 공간으로, 제주 포도호텔, 방주교회 같은 건축물로 유명한 작가의 철학과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현재 일본 태생의 한국인 건축가로 살아온 작가의 정체성을 탐색해볼 수 있는 '미묘하게 열린 어둠 안에서'전이 열리고 있다.

비양도항에 설치된 드라마 '봄날' 기념 조형물
비양도항에 설치된 드라마 '봄날' 기념 조형물
비양도 고사리 식당
비양도 고사리 식당
보말죽+문어라면, 비양도 미식 투어

저지예술인마을에서 다시 북서쪽으로 15분쯤 차를 몰고 가면 비양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한림외항에 닿는다. 여기서 비양도까지는 배로 약 5~6분 거리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기는 건 이곳이 지난 2005년 SBS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라는 사실을 알리는 기념 조형물이다. 비양도 사람들에 따르면 이 드라마가 전파를 탄 이후 섬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이 비양도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식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맛있는 보말죽을 내는 집들이 여기 몰려 있어서다. 섬 안에는 호돌이식당, 민경이네, 천년의섬, 보말이야기, 고사리식당 등 7개의 식당이 있는데 어디를 가든 맛있는 보말죽을 내놓는다.

비양도에서 맛볼 수 있는 자리돔물회
비양도에서 맛볼 수 있는 자리돔물회
문어라면(위)과 보말죽
문어라면(위)과 보말죽

제주에는 예로부터 고등어죽, 문어죽, 성게죽, 옥돔죽 등 해산물을 넣어 만든 죽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이 보말죽이다. 보말은 제주 연안의 바위 틈이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고둥의 일종으로 표준어 이름은 '참고둥'이다. 바닷가에서 흔하게 잡히던 보말은 과거 제주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던 값싼 식재료였으나, 지금은 제주 향토 미식의 대표선수로 대접받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자리돔물회도 비양도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 별미다. 뼈째 썰어 식초에 버무린 다음 된장으로 간을 하고 큼지막한 얼음을 띄운 자리돔물회는 여름 더위를 물리치기에 제격인 제주 냉국이자 보양식이다.
여기에 문어를 숭숭 썰어넣고 끓인 문어라면으로 배를 채우면 '비양도 미식 투어'가 비로소 완성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