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유럽 완성차 업체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자동차 가격 인상이 곧 단행될 전망이다.
푸조,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21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해 743억 유로(약 120조 5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순손실은 23억 유로(약 3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중 미국의 자동차 품목 관세로 인한 영향이 3억 유로(약 4500억원)로 추정됐으며, 관련 무역 정책으로 공장이 멈추면서 미국 소비자에게 인도된 차량 수는 25% 감소했다.
스텔란티스가 이례적으로 예비 실적을 통해 회계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재무 정보를 먼저 공개한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실제 회사 성과 간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오는 29일 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소폭의 흑자를 예상했었다. 스텔란티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더그 오스터먼은 올해 전체적으로 미국 관세로 인한 충격이 10억~15억 유로(약 1조 6000억~2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관세로 인해 조만간 차량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스웨덴 기반의 볼보자동차 역시 2·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볼보의 2·4분기 영업손실은 일회성 비용을 포함해 100억 크로나(약 1조 4000억원)로, 2021년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도 관세의 영향으로 실적 전망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GM은 올해 자동차 관세로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에비타)은 100억~125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에 따르면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제규어랜드로버(JLR)의 올해 이익률을 기존 10%에서 5~7%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마크 웨이크필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책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의 약 80%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며, 그 결과 차량 1대당 평균 약 1760달러의 가격 인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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