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할지 걱정" 간이텐트 속 산청 이재민 근심

연합뉴스

입력 2025.07.22 16:07

수정 2025.07.22 16:07

낮에 복구작업·밤엔 대피소…일부는 재난피해 입증위해 CCTV 찾기도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할지 걱정" 간이텐트 속 산청 이재민 근심
낮에 복구작업·밤엔 대피소…일부는 재난피해 입증위해 CCTV 찾기도

생비량초등학교 대피소 (출처=연합뉴스)
생비량초등학교 대피소 (출처=연합뉴스)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산사태 났을 때 창문을 깨부수고 탈출했어요. 나는 무사하지만 집에 기르던 개를 그대로 두고 나와 걱정이에요. 진주에 사는 아들하고 이곳 공무원들한테 부탁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22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생비량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강춘석(89) 씨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강씨는 지난 19일 산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집이 빗물에 떠밀려온 토사에 잠기는 바람에 이곳으로 대피해 나흘째 지내고 있다.

이곳에는 폭우를 피해 온 주민 50여명의 고단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때 활기 넘쳤을 학교 건물 내부는 주황색 간이 텐트 15개가 빽빽이 줄지어 설치돼 임시 거처를 대신하고 있었다.

텐트 안에는 담요를 덮고 앉아있거나, 일부 주민은 밖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피소 입구에는 생수병 등 구호 물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강씨는 "나이를 많이 먹어서 대피소에 있는 사람 중 가장 아픈 게 나다"며 "집은 엉망으로 변해 들어가지도 못해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을 할지 걱정"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대피소 주민 대다수는 낮이 되면 주거지로 돌아가 소방대원, 공무원 등과 함께 복구 작업을 한다.

이후 해가 지면 다시 대피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다시 복구 작업에 나선다.

의약품 전달하는 대한약사회 (출처=연합뉴스)
의약품 전달하는 대한약사회 (출처=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대한약사회에서 이재민들을 위해 의약품 지원을 나와 많은 주민이 대기하고 있었다.

250인분 상당의 의약품을 가득 실은 1.5t 트럭이 도착하자 이재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가 의약품을 한 아름 안고 나왔다.

이숙여(63) 씨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대피소 생활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반창고와 감기약 등을 챙겼다"며 "다행히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많이 주고 있지만, 집에서 마음 편히 생활하는 것에 비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의약품이 필요한 분들이 정말 많아진다"며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의약품이란 생각에 대피소를 돌며 주민들에게 의약품을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주민들은 자신 소유의 농기계 등이 토사에 휩쓸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찾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피해 사실 확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증거가 확실해야 원활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주민 대피소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며 "재산 피해 등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도록 신경 쓰겠다"고 설명했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