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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배드뱅크와 새출발기금에 대한 유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2 18:02

수정 2025.07.22 18:29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빚 탕감을 시작했다. 빚 탕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벌써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정부가 출범한 지 채 두 달도 안 됐다. 꽤 속도가 빠르다.

취약계층은 배드뱅크를 만들고, 소상공인은 기존 새출발기금을 확대할 예정이다. 빚 탕감을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꼭 챙겼으면 한다.

배드뱅크는 취약계층의 장기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한다. 채권의 기준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다. 1인당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면 전액 채무를 탕감해 준다.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개인의 빚도 원금의 최대 80%까지 탕감하고, 10년간 나눠 갚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배드뱅크가 출범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배드뱅크에 출자하고, 민간 금융기관도 참여한다.

소상공인의 채무는 기존 새출발기금에서 맡는다. 조건은 총채무가 1억원 이하이며,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 60% 이하이다. 원금을 90%까지 깎아주거나 분할 상환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린다. 기존과 비교해 원금감면율을 높였고 상환기간은 확대했다. 오는 9월에 시작한다.

취약계층이든 소상공인이든 소득은 중위소득 60% 이하가 기준이다. 취약계층의 경우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60%는 월 소득 144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한 달을 꼬박 일하면 대략 209만원을 번다. 배드뱅크가 떠맡는 취약계층의 소득은 결국 최저임금의 70%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취약계층은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은 일자리가 없는 것일까? 일을 안 하거나 못 하는 것일까? 이왕이면 이번에 취약계층의 실태를 파악했으면 한다. 쇠약해 일을 할 수 없다면 복지 혜택을 받게 하고, 일자리가 필요하면 취약계층 대상 특별근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의욕이 더 높다면 직업훈련이나 창업교육과 연계해 새 삶을 열어줘야 한다.

소상공인의 부채 탕감도 마찬가지다. 중위소득의 60% 미만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소득이 366만원이다. 가구주가 운영하는 업체의 연 매출이 4392만원이라는 얘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실태조사(11개 주요 업종, 2023년 기준)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업체당 매출액은 1억9900만원이다. 부채 탕감을 받는 소상공인은 매출액이 소상공인 평균의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구원 중 2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면 4인 가구의 소득은 418만원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월 195만원이다. 따라서 이번에 부채 탕감을 받는 소상공인의 벌이는 생계급여보다 많고, 가구원 2인이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보다 적다.

매출 수준을 보면 부채를 탕감받는 소상공인의 상황이 어떠한지 대략 짐작이 간다. 이들은 장사를 해도 돈을 못 버는 것일까? 아니면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 고전하는 것일까? 새출발기금도 거기 문턱을 넘는 소상공인을 살뜰히 살펴봐야 한다. 장사가 안된다면 과감히 폐업을 유도하거나 근로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심한 업종이라면 컨설팅을 통해 업종을 전환하거나 가게 이전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배드뱅크와 새출발기금은 모두 금융위원회 소관이며, 캠코가 실행기관이다. 얼마 전 배드뱅크를 위한 금융위원회 주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금융 전문가와 변호사는 참여했지만 근로, 복지, 소상공인 전문가는 보이지 않았다. 빚 탕감은 일시적인 시혜성 금융지원이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고단한 삶에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위원회가 문턱을 낮추고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아마도 이런 게 '원스톱' 서비스일 거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