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늘었으나 경쟁력은 되레 추락
선택·집중으로 소기업 중심 탈피를
선택·집중으로 소기업 중심 탈피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422개였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23년 1646개로 늘었다. 예산도 21조9000억원에서 35조원으로 무려 60% 늘었다.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정책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업체의 96.7%가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50인 이상은 3.3%에 불과하다. 독일(9.2%)과 일본(7.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규모가 작은 소기업은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건비는 높은데 임금은 높지 않은 구조다.
이런 소기업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 봐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잘해야 현상유지 정도만 할 뿐이다. 중소기업 정책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소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난 건 그간 중소기업 정책이 '모든 기업을 골고루 지원한다'는 원칙과 논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기업도 망하면 안 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정책자금을 시혜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경쟁력 낮은 기업만 늘어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1%대에서 3%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성장률 개선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기업을 살리겠다'는 시혜적 접근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예산과 정책은 희소성의 원칙에서 작동하는 게 현실이다. 제한된 지원책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택적으로 투입해야 중소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보상을 주고, 혁신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기업가들도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다. 정책자금을 또박또박 받아낼 수 있다면 현실에 안주하는 좀비기업만 양산될 뿐이다.
정책 전환의 방향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유망·고성장' 중소기업을 별도 분류해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때다.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적극 지원하는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반대로 전통 제조업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과 생산성 향상을 집중 지원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집약적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 설비 도입, 데이터 기반 경영혁신 등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구조적 전환을 달성해야 한다. 과거의 낡은 중소기업 정책을 새 정부에서는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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