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의 진정한 가치는 세계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더욱 빛을 발했다.
세계 경제는 현재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결의 힘은 약해지고 있으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파편화가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분쟁, 심화되는 기술 패권경쟁, 자원의 무기화로 인해 세계 경제의 지역 블록화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부각된 공급망 위험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특히 자유무역에 의존하여 발전해 온 아시아태평양 경제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국경 간 데이터 흐름과 창출되는 가치는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APEC이 연결성의 가속화를 주도해야 한다.
우리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연결성의 도전과 해결책에 대해 주로 세 가지 축, 즉 무역, 투자 및 공급망, 디지털 상호 연결성 및 전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대해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고립주의 운동이라는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APEC이 수용한 핵심 비전인 아시아태평양 공동 번영에 대한 논의가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가장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APEC 2025 의장국으로 APEC 회원국들이 AI 디지털화와 같은 새로운 기회를 포용하는 동시에 인구구조 변화, 기후위기 등 공동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5 APEC 의장국으로 한국이 제안할 아태 지역의 디지털 혁신 촉진과 역내 인구구조 변화 대응은 기존 논의를 넘어서 실천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다자주의 후퇴라는 도전 속에서 APEC이 역내 번영과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APEC이 실질적인 아이디어 인큐베이터로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회원국 간 개방적인 대화를 통해 공동 문제 해결의 장을 제공하고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 정책개발의 장을 열어야 한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향후 역내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혁신과 국경 간 이동성, 인력 개발을 포함한 협력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한다. 남은 기간 피치를 높여 APEC 2025 정상회의의 장이 트럼프와 시진핑을 아우르는 미들파워로서 우리나라의 역량을 만방에 보여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APEC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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