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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굳어지는 0%대 성장, 반기업 행보론 극복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3 18:05

수정 2025.07.23 18:05

ADB도 성장률 0.8%로 낮춰 잡아
노란봉투법·법인세 인상 재고해야
[fn사설] 굳어지는 0%대 성장, 반기업 행보론 극복 어렵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ADB는 23일 아태지역 올해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석달 전 1.5%로 제시했던 우리 성장률을 0.8%로 대폭 낮추고, 내년 전망치도 0.3%p 내려 1.6%로 조정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 성장률을 낮춰 잡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전망치 하락 폭이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크고, 0%대 성장은 우리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순 없다.

하락폭은 태국, 싱가포르에 이어 세번째였다. 중국, 홍콩, 대만, 인도 등 주요국은 석달 새 별 차이가 없다.

올해 0%대뿐 아니라 내년 1%대 성장도 주요국 중 우리만 해당된다. 앞서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0.8%로 낮춰 암울한 경제를 예고했다. 여기에 ADB까지 비슷한 전망에 합세한 것인데 한국 성장률은 0%대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새 정부 들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고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하반기 내수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DB도 이를 강조했으나 문제는 관세 리스크와 뒷걸음치기 시작한 수출이다. ADB는 정부의 힘겨운 내수 살리기 노력에도 하반기 미국발 관세 충격 여파로 인해 한국 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크게 휘청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게 끝이 아니라 성장 제약은 내년까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어두운 전망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흘려들을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내수 회복을 위해 2차에 걸쳐 총 35조원에 이르는 추경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ADB가 조언한 대로 이런 방식의 성장 견인은 한계가 명확하다. 소비쿠폰으로 골목상권에 반짝 훈기가 돌 수 있겠으나 대증요법 그 이상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온기가 되려면 산업 현장에 활기가 돌아야 하고, 대외 불확실성을 뚫고 나갈 새로운 엔진 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이 눈앞의 포퓰리즘이다. 지지율에 급급해 지지층 입맛에 맞는 정책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여당의 행보를 보면 제도개혁은 안중에 없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법안이 적지 않다. '묻지마' 파업을 가능하게 할 노란봉투법이나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획일적인 정년연장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들이다.

지금 노동시장은 노조의 힘이 너무 세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지 않는다. 첨단 전문직 종사자만이라도 주 52시간 제약을 풀어주자는 제안도 노동계 반대에 부딪혀 한발도 못 나갔다.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노조의 권한을 키우는 노란봉투법을 강행하겠다고 하고 정년연장·근로시간 단축을 고집하고 있으니 성장을 추구할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증시 부양책으로 변질된 상법 개정안이나 세수 확보를 위한 법인세 인상 계획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성장 돌파구다. 혹독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체질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성장의 선두에 서야 할 기업의 어깨는 더 무거워져야 하고, 기업들 발목에 두른 모래주머니는 정부가 나서 치워주는 것 말고 저성장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날 발표한 600대 기업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기전망은 41개월째 부정적이다.
반기업 법안부터 내려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