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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日 관세 합의 분석해 국익 우선 협상에 총력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3 18:05

수정 2025.07.23 18:05

日, 760조 투자 등 美에 통큰 선물
더 주고 덜 받는 우 범하지 말아야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일(8월 1일)을 9일 앞두고 미국과 일본이 관세협상을 타결 지었다. 우선 미국이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당초 25%에서 15%로 10%p나 낮췄다. 미국에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에 매기는 품목관세 역시 기존(25%)의 절반(12.5%)까지 끌어내렸다.

그 대신 일본이 지불한 대가는 매우 컸다. 일본이 약속한 대미 투자규모는 5500억달러(약 76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올해 연간 예산(673조원)을 훌쩍 넘는다. 수입차가 맥을 못 추는 일본 자동차 시장도 일부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트럭이나 승용차의 일본 진출 때 보조금 확대 등 비관세장벽을 낮춘 듯하다.

일본은 또 사업성이 낮은 알래스카의 액화천연가스(LNG) 투자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시장 개방과 막대한 직접투자, 농산물 개방을 조건으로 관세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협의 중 최대 규모"라고 자화자찬할 정도다. 같은 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자동차·농산물·의약품 시장을 여는 대신 기존보다 낮은 19%의 상호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 지은 국가는 영국·베트남을 포함해 총 5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협상 타결 과정을 보면 이재명 정부 초대 경제팀이 총출동해 미국과 막바지 협상에 나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우리와 산업 및 수출 생태계가 '닮은꼴'인 일본의 협상 결과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5개국이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로 양보한 분야가 자동차·농산물·의약품·직접투자임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내밀 '트럼프 청구서'의 규모와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 중 대미 무역흑자의 72%를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 분야에서 최소한 일본(15%) 수준의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인하를 끌어내는 게 숙제다.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에 붙는 관세가 우리보다 낮으면 가격경쟁력 면에서 크게 뒤져 한국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의 협상 결과가 막판 협상 과정에서 부정적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을 내주고 최대한을 얻으려는'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어내려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의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2+2 통상협의'에서 자동차·쌀 등 농산물·의약품·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디지털 규제완화·방위비 증액·직접투자·알래스카 LNG 투자 협력 카드를 내밀며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일 타결을 구실로 무리하게 서두르다 자칫 '더 내주고 덜 받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현재로선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해 실리와 국익 중심의 '패키지 딜'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