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를 동시에 덮치며 무더위가 연일 심해지고 있다. 동아시아에 발생한 2개 태풍을 북상하지 못하게 할 만큼 세력이 강해진 상태로, 폭염은 당분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동쪽에서, 티베트 고기압은 서쪽에서 각각 확장하며 한반도를 양쪽에서 끼고 있는 상태다.
이 두 고기압은 각각 해양성과 대륙성을 띠며 수증기와 열을 공급하는데, 동시에 정체할 경우 대기 흐름이 막히고 열이 머물면서 낮 기온은 오르고 밤 기온은 떨어지지 않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다.
마치 두 겹 이불을 덮고 열풍기 두 대를 켜놓은 듯한 구조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되면서 하늘에 구름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강한 햇볕이 지표면을 곧장 데우고, 복사열은 대기 정체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서울은 26일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광주·전주·대전(36도)보다도 높은 수치로, 폭염경보 기준(35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서쪽 내륙의 폭염 강도가 더 심한 것은 바람의 방향과 지형 때문이다. 대기 하층에서는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 바람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더 뜨거워지는 '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런 푄 효과가 수도권, 충청 등 백두대간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더위를 부른 북태평양 고기압은 태풍까지 밀어냈다. 23일 발생한 제7호 태풍 프란시스코와 제8호 태풍 꼬마이는 다소간 변동성이 있지만 모두 26일쯤 타이완 인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전망이다.
두 태풍 모두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걸려 세력을 키우지 못했고, 고기압의 하강기류가 대기 흐름을 막으면서 북상이 차단됐다.
기상청은 두 태풍 간 상호작용 등으로 경로와 세력 변화에는 변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은 없지만, 본격적 휴가철이 시작하는 주말에는 해상과 해안가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24일 밤부터 29일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강풍과 높은 너울이 일며 풍랑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조기 기간과 겹치면서 해안 침수 가능성도 커, 해수욕객과 해안 행락객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번 더위는 통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7월 23일 기준 올해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9.5일, 열대야 일수는 4.9일로 각각 역대 2위다. 평균 낮 최고기온은 29.4도, 밤 최저기온은 24.4도로 모두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르게 더위가 시작된 만큼 올여름 기온과 관련한 여러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압계 분석도 이 같은 폭염 지속을 뒷받침한다. 지상 1500m 안팎인 중층(850hPa)의 기온이 21도 안팎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지상 5000m 안팎의 상층에서는 대기 흐름이 정체된 상태다. 공기의 흐름이 막혀 있어, 열이 머무는 구조가 형성됐다.
상하층 간 기온 차가 크지 않아 밤에도 충분히 식지 못하며 열대야도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주말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일부 지역에서 구름이 많거나 흐려질 때가 있겠다. 이 경우 햇볕이 차단돼 지표면 가열이 다소 줄며, 폭염 강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28일 이후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북쪽 찬 공기와 수증기 유입 여부에 따라 30일 전후로 강수가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 예보분석관은 "기압계 변동성이 커서 더위를 식힐 강수 여부는 유동적이다. 폭염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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