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파이낸셜뉴스] 24일 국내 개봉한 '판타스틱 4: 새로운 시작'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차세대 슈퍼히어로 팀의 데뷔를 알리는 작품이다. 특히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내년 개봉을 앞둔 가운데, MCU 페이즈 6의 첫 번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판타스틱 4’는 마블코믹스 역사상 최초의 슈퍼히어로 팀으로, 1961년 스탠 리와 잭 커비가 공동 창작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보다 앞선 이 팀은 당시 마블 유니버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동안 영화 판권은 20세기 폭스가 소유해 독립적으로 제작됐으나,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MCU 세계관에 정식 편입됐고 엑스맨과 데드풀 등과 함께 마블의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MCU 페이즈6의 첫번째 영화
영화는 뜻밖에도 팀의 리더인 '리드 리처드'(미스터 판타스틱)의 아내인 수잔 스톰(인비저블 우먼)이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드는 임신이 기쁘면서도 자신의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이들은 우주 탐사를 떠났다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뒤 초능력자가 된 히어로 가족이기 때문. 리드는 고무줄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천재 과학자다. MCU 세계관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함께 ‘마블 최고의 브레인’으로 꼽힌다. 수잔은 투명화 능력과 함께 '힘의 장'을 생성해 방어와 공격을 병행한다. 그녀의 남동생 조니 스톰(휴먼 토치)은 전신을 불꽃으로 감싸 하늘을 날 수 있다. 친구이자 동료인 벤 그림(더 씽)은 바위처럼 단단한 외형과 초인적인 괴력을 자랑한다.
‘판타스틱 4’는 단순한 리부트를 넘어, MCU 페이즈 6의 핵심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벤져스'이후 다소 느슨해진 중심 축을 재정비할 역할을 맡는 동시에, 실버 서퍼, 갤럭투스 등 향후 우주적 스케일을 예고하는 핵심 캐릭터들이 MCU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맷 샤크먼 감독은 1960년대 레트로 퓨처리즘과 만화적 감성을 적극 반영해 독창적인 미장센을 구축했다. 리드 리처즈의 연구실, 백스터 빌딩, 타임스 스퀘어 등 주요 배경은 대부분 CG 없이 실세트에서 촬영돼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특히 인물들의 의상, 도시 풍경, 건축 양식에는 원작이 처음 출간된 196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카세트 테이프를 닮은 로봇 집사와 우주에서 온 미지의 메시지를 LP판으로 듣는 식이다. 샤크먼 감독은 이를 두고 “잭 커비와 스탠 리가 창조한 60년대 만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복고풍 미래주의가 색다른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프로덕션 디자인에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세트와 색감, 분위기 속에서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와 실버 서퍼 등 핵심 캐릭터들이 원작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한 점도 팬들에게는 반가운 요소다. 앞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히어로물에 시트콤 장르를 접목시켜 참신한 연출을 선보였던 샤크먼 감독의 감각이 이 영화에도 유감없이 녹아 있다.
디즈니 영화답게 가족애가 영화 전면에 드러나는 점도 특징적이다. 부부인 리드와 수잔 사이의 가치관 대립이 지구의 위기와 맞물려 전개되는 식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다가도 태아 상태를 걱정하며 발명품을 내놓다든가, 임신한 상태로 외계 위협에 맞서 싸우는 장면 등은 기존 MCU에서 보기 어려웠던 설정이다.
그 여파로 액션 히어로물치곤 액션 분량이 전체적으로 적거나, 후반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 가족에게 지구의 모든 운명이 걸려있다니,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 4'는 최근 흥행이 지지부진했던 마블 영화에 비해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독창적인 분위기와 레트로한 미장센, 볼수록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차세대 MCU’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