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의 해석을 두고 개를 ‘밥 먹는 주체’로 볼지, ‘건드리는 주체’로 볼지로 문해력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국립국어원이 답변을 내놨다.
해당 논쟁은 지난 21일 대치동 국어 강사 출신 유튜버 밍찌가 자신의 SNS에 “‘개 밥 vs 사람 밥’”이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영상에서 밍찌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에서 ‘개’를 밥 먹는 주체로 해석하느냐, 방해하는 주체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를 ‘밥 먹는 주체’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밥 먹는 중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가진다”며, “‘건드리는 주체’로 본다면 그 눈치 없는 짐승인 개조차 ‘사람이 밥 먹을 때는 건드리는 게 아니야’라고 속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놨다.
밍찌는 “지금까지 자신은 개를 밥 먹는 주체로만 생각해 왔다”며 “다른 해석도 일리가 있는데 ‘개’ 뒤에 붙은 보조사 ‘도’가 뭘 받는 건지 명확하지 않아서 둘 다 그럴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를 통해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결과는 팽팽히 맞섰다. 약 2만9000개의 투표 가운데 개를 밥 먹는 주체로 본 네티즌은 56%, 건드리는 주체로 본 네티즌은 44%였다.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국어 질의응답 게시판 ‘온라인 가나다’에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지난 23일 국립국어원은 속담 속 개를 밥 먹는 주체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립국어원은 “비록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밥을 먹을 때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음식을 먹고 있을 때는 아무리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때리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논란이 될 이유 없이 명확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속담의 경우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에 문장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고정된 뜻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두고 실제로 ‘배가 떨어졌다’라고 해석한다거나, ‘배’가 과일을 뜻하는지 사람의 복부를 뜻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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