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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日보다 못하면…"올해 1% 성장 기대 무산"

뉴스1

입력 2025.07.25 06:00

수정 2025.07.25 10:07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미국 재무장관, 무역대표부(USTR)와 예정한 통상협의가 취소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미국 재무장관, 무역대표부(USTR)와 예정한 통상협의가 취소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수출과 소비가 함께 개선되면서 한국 경제가 2분기(4~6월) 양호한 성적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가 우려돼 올해 연간 1%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미 무역 협상 결과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일본(15%) 수준을 넘을 경우, 하반기 수출이 감소하면서 0%대 저성장 우려가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기존 전망(0.5%)을 0.1%포인트(p) 상회한 전기 대비 0.6%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 1%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3~4분기에 최소 0.8% 이상 성장해야 한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3분기 0.7%, 4분기 0.6%)를 소폭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15% 관세 땐 하반기 수출 제자리…그 이상이면 '감소'

문제는 하반기에는 내수 회복이 기대되지만, 수출은 둔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성장을 수출이 주도했다면 3분기부터는 관세 영향 본격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면 소비, 내수는 개선이 예상되고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도 2분기보다 3분기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수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8월 1일로 협상 시한이 예고된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다. 관세율 평가의 기준점은 미국이 일본과 전날 체결한 관세율 15% 수준이다.

만일 한국의 관세율이 일본과 동일하게 책정되면 하반기 수출은 증가세를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이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율을 15%(기본 10% + 품목별)로 전제해 분석한 결과 하반기 재화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율이 15%보다 높아질 경우, 하반기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줄어들면 어렵사리 반등한 내수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0% 관세 부과 시 올해 경제 성장률 약 0.1%p 추가 하락이 전망된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최근 0.9~1.0%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0%대 성장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2% 중후반을 기록한 수출 증가율은 하반기 보합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며 "향후 추가 불확실성이 제어돼도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에 미국의 내수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무난한 한미 협상 전제로 1% 성장 기대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7일 예고(25%)처럼 한국에 극단적인 수준의 관세율은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은 유럽·일본 등 동맹국에 상대적으로 낮은 10%대 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민감 사안으로 여겨진 일본의 자동차 관세도 실제 협상 결과 12.5%로 절반 인하돼, 한국도 품목별 관세 인하를 시도할 여지가 생겼다. 반도체 관세의 경우 미국은 최근 자국 내 인공지능(AI) 투자를 고려하느라 큰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수출은 2분기 기본 관세(10%) 부과 중에도 증가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경기 악영향이 큰 만큼 한국도 다른 주요국처럼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기업 대응에 따라 관세 피해가 최소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분기 GDP 반등은 기업의 선주문, 수요처 다변화 등 관세 대응 노력 결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 국장은 "우리 기업이 관세에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2분기 수출 증가에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자동차·철강 등 수출기업이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을 감내하고 생산 지역과 수출 시장 다변화 노력도 보여 이달 20일까지도 관세 영향이 크게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관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가정 아래 올해 1% 성장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고 보고, 협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은 관세 여파에 다시 둔화될 전망이나 한국도 일본이 체결한 15% 정도 관세율을 얻어낸다면 심각한 둔화 위험은 크지 않다"며 "오는 8월 한은의 전망은 1.0%에 가깝게 상향될 것"이라고 봤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관세 불확실성은 수출에 부담이고 내수 회복도 녹록지 않지만 연 1.1% 성장(상반기 0.3%, 하반기 1.9%)을 예상한다"며 "소비가 반등하는 가운데 수출은 선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