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뉴스1) 이시우 기자 = "이제는 무력감이 느껴져."
충남 아산에는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최고 44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비가 그치면서 대부분의 주민이 자택으로 돌아갔지만 집이 물에 잠긴 일부 주민들은 자녀나 지인, 대피소 등에서 여전히 생활하고 있다.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26일. 대피소로 지정된 염티초등학교 강당에는 집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주민 30여 명이 하나둘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염티초에서 만난 전 모 씨(82·곡교리)는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 "무력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4년 전에는 그래도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힘도 없고 다시 못하겠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집중호우 피해를 본 지 열흘이 지났지만 충남 아산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지내고 있는 김 모 씨(82·여)는 "건강이 안 좋아서 집에도 못 가고 있어요. 바깥양반이랑 아들들이 정리하고 있는데 집에는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하며 몸을 뉘었다.
염치읍은 지대가 낮아 침수 피해가 잦은 곳이다. 올해는 음봉천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농경지 등 169㏊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차올랐던 물은 모두 빠졌지만 마을 곳곳엔 짙은 상흔이 남았다. 주택 내부 장판과 벽지는 모두 뜯겨 있었고, 물에 젖은 문짝을 떼 말리는 곳도 많았다.
아산시가 침수된 폐기물들을 수거하고 있지만 집마다 쏟아져 나온 물건을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예배당과 사택이 모두 물에 잠긴 양곡제일교회 앞에는 생활용기는 물론 피아노와 냉장고, 강대상 등 부피가 큰 물건까지 버려져 있었다.
이 모 씨는 "아들이 선물해 준 안마기까지 버려야 한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일손은 물론 내부 수리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폭염이 계속되면서 복구 작업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70~80대의 고령인 피해 주민들을 대신해 주말을 맞은 자녀들은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김 모 씨(44)는 "부모님을 시내로 모시기 위해 지난해 아파트까지 구했는데 도시 생활이 싫다고 하셔서 계속 거주하다가 피해를 봤다"며 "이번 기회에 집을 옮겼으면 좋겠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산의 낮 기온은 35도까지 오르면서 오후엔 곳곳에서 진행되던 복구 작업도 하나둘 중단됐다.
일부 주민들은 일상 되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침수 피해로 일주일간 영업을 중단했던 염치한우거리 일부 식당은 영업을 재개했다.
식당 주인 이 모 씨(43)는 "지나간 피해야 어쩔 수 있겠냐"며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폭우로 무너진 음봉천 제방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앞서 염티초에서 만난 전 씨도 "자식들은 이제 아파트 가서 살라는데 답답해서 못 가요. 시에서 제방도 더 높게 쌓아주고 한다니까 믿고 기다려봐야지"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폭우로 아산시의 재산 피해는 25일 기준 534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는 피해 복구와 함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위한 피해 집계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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