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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자율학교] ⑩ 질문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대정고(끝)

연합뉴스

입력 2025.07.27 09:01

수정 2025.07.27 09:01

타 학교와 공동교육과정 운영, 배려와 공존의 가치 학습 "새 교육활동으로 학교 분위기 달라지고 대학 진학 결과도 좋아져"
[제주형 자율학교] ⑩ 질문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대정고(끝)
타 학교와 공동교육과정 운영, 배려와 공존의 가치 학습
"새 교육활동으로 학교 분위기 달라지고 대학 진학 결과도 좋아져"

대정고 '질문탐독 프로젝트' 성과 설명 (출처=연합뉴스)
대정고 '질문탐독 프로젝트' 성과 설명 (출처=연합뉴스)


[※ 편집자 주 = 제주에는 특별법으로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인정받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율학교들이 많습니다. 연합뉴스는 다양한 유형의 제주형 자율학교 운영사례를 통해 제주교육의 미래를 살펴보고, 우리 교육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진단하는 기획 기사를 주 1회씩 10회 송고합니다.]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질문탐독에 참여한 후 '나는 덜 멍청한 바보가 되었다'는 친구도 있었고, '나는 묻고 답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소감을 남긴 친구도 있었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대정고등학교 고정여 교육연구부장은 지난달 2일 오전 20여명의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감 연수자에게 지난해 질문탐독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남긴 소감을 소개했다.

그는 "여고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15년 만에 다시 남고로 와서 낯선 부분이 많은데 이런 문장들이 위안을 주고 있다"며 "나는 배우고 있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이런 신호가 선생님들을 버티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다시 찾은 대정고.

지난번에 미처 보지 못했던 '2025 대정고 질문탐독 프로젝트 [주제] 오래된 미래: 과거는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끄는가'라고 쓰인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김보경 교무부장의 안내로 3학년 수업 현장을 먼저 둘러봤다.

3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해 대정지역 문화체육시설 지도를 제작해 발표하는 커뮤니티 맵핑 수업과 영유아·장애인·노인 돌문 문제 해결을 위한 모의국회, 우주로 떠나는 과학 실험실 등이 진행됐다.

2학년 학생들 역시 정부의 역할, 지역별 발전 방향, 생체 전기 신호, 현미경 탐구, 우리 지역의 통계수치, 설화 탐구 등을 주제로 부스형 교과 융합 수업을 했다.

'AI의 두 얼굴을 알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편리함의 역습에 대해 고민하는 1학년 학생들의 모습은 더없이 진지했다.

대정고 3학년 모의국회 융합수업 (출처=연합뉴스)
대정고 3학년 모의국회 융합수업 (출처=연합뉴스)


이날 방과 후에는 질문탐독 프로젝트로 홍은전 작가의 '전사들의 노래'라는 책을 읽은 1∼3학년 학생 60명과 교사 10명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서울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의 민낯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다.

'질문으로 배우기'를 내세운 질문탐독 프로젝트는 제주형 자율학교 유형 가운데 제주문화학교를 운영하는 대정고의 중점 교육활동의 하나다.

올해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제주 4·3을 다룬 소설 '순이 삼촌'을 읽고 콘텐츠 공유 플랫폼인 패들렛에 소감을 기록하고, 비경쟁 토론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순이 삼촌'은 인문 분야 주제 도서이고, '전사들의 노래'는 사회 분야 주제 도서다.

2학기가 시작되면 '전사들의 노래'를 쓴 저자를 초청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제주형 자율학교 중 미래역량학교를 운영하는 제주중앙여고와 공동 교육 과정으로 1박 2일 일정의 '청소년 참여 광장'을 운영한다.

학생과 교사들은 문학, 사회, 과학 분야 주제 도서로 선정한 '빛과 멜로디'(저자 조해진), '연루됨'(저자 조문영), '공감의 시대'(저자 프란스 드 발)를 미리 읽고 첫째 날 현장에서 토론하고, 저자·번역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날 '제주의 평화를 위한 가치는?'이라는 주제로 전체 토론을 이어간다.

또한 '아무튼, 인터뷰'의 저자인 은유 작가의 특강을 들으며 인터뷰 방법을 배운다.

대정고-중앙여고 공동 토론 교육 참여자 단체사진 (출처=연합뉴스)
대정고-중앙여고 공동 토론 교육 참여자 단체사진 (출처=연합뉴스)


학생들은 '사람책 프로젝트'를 위한 모둠을 구성하고, 11월까지 환경운동 등으로 제주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 발표하고,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교육활동을 통해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 자율적인 탐구 역량을 향상하고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같은 달에 또 과학 분야 주제 도서로 로빈 월 키머러가 쓴 '이끼와 함께'를 읽고 토론한다. 이어 10월에 지역 유관기관 연계 현장 체험학습인 '곶자왈 생태학교'를 운영한다.

대정고는 2023년 제주문화학교로 선정되고 나서 지금까지 교과 외 수업 및 활동을 통해 제주문화 교육을 해왔으나 올해부터 창의적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한다.

이를 위해 '세계 속의 지역 문화'라는 특색과목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특색과목은 1학년 2학기 2학점 교양교과로 운영한다.

교사들은 제주문화학교 및 특색과목 이해(1차시), 문제해결 프로젝트 연계 교육과정 이해 및 실습(4차시), 지역사회를 주제로 한 교과별 핵심 질문 개발(3차시),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2차시) 등의 연수를 운영했다.

3월에는 학부모 대상 교육과정 설명회를 하고, 6월에는 일상 수업 공개의 날도 운영했다.

고 교육연구부장은 "대정고 학생 성적이 시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학생들이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몇 년간 새롭고 도전적 교육활동을 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주형 자율학교에 대한 넉넉한 예산 지원과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교육활동이 학생들에게 잘 흘러 들어가서 대학 진학 측면에서도 결과가 좋아 학부모들도 학교를 믿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정고 학생 '어르신 인터뷰' 게시판 (출처=연합뉴스)
대정고 학생 '어르신 인터뷰' 게시판 (출처=연합뉴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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