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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는 롯데” 김태형 감독의 독한 유연함... '윤·고·손' 복귀하자 3위 굳히기 돌입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27 16:09

수정 2025.07.27 16:56

올 시즌 단 한번의 스윕패, 4연패 없는 롯데
부상자 많은 가운데서도 악착같은 버티기
끊임없이 1군,2군 순환하는 토탈 야구
윤동희, 고승민, 손호영, 황성빈 등 주전 복귀 후 4연승 내달려
3위 자리 사수... 8년만의 '가을 바람' 솔솔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뉴스1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뉴스1

무너질 듯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올시즌 롯데 자이언츠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전반기 막판부터 이어진 위기에도 2025년 스윕패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연패는 있어도, 4연패는 없었다. 매 시리즈마다 어떻게든 1승은 건져 올렸다.

버티고 또 버틴 끝에, 어느덧 4위와 3경기차 3위 수성에 성공하며 가을야구 굳히기에 돌입했다.

롯데의 상승세 중심에는 김태형 감독이 있다. 두산 시절 ‘가을 DNA’를 입증한 지도자는 롯데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단 구성은 유연하지만, 기준은 냉정하다. 고액 연봉자든 에이스든 부진하면 2군행이다. 박세웅, 유강남, 김진욱, 나승엽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도 예외는 없었다.

한태양이 지난 25일 열린 KIA와의 경기 6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한태양이 지난 25일 열린 KIA와의 경기 6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 대신 기회를 얻은 신예들이 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버티는 힘을 줬다. 황성빈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장두성이 대체자로 떠올랐고, 다시 장두성이 다치자 김동혁과 한승현이 기회를 잡았다. 4년간 1군에서 4경기밖에 못 뛴 홍민기는 아예 불펜 필승조로 자리매김했고, 신인 박재엽은 데뷔전 스리런으로 포수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태양은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서 새로운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5일 KIA전에서는 생애 첫 3안타를 기록했고, 6회 기록한 '페이트 번트 앤 슬러시'는 압권이었다. 연일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이들은 하나같이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홍민기가 지난 25일 KIA전에서 7회에 나와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홍민기가 지난 25일 KIA전에서 7회에 나와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 감독은 “기록보다 컨디션”을 중시한다. 주전 선수라도 흐름이 좋지 않으면 과감히 제외하고, 잘하는 선수를 올린다. 3연전 중에도 1군과 2군을 오가는 빠른 판단이 이어진다. 손호영, 고승민, 박승욱과 전민재, 박찬형, 정훈이 키움과의 3연전 중간에 1군과 2군 자리를 맞바꿨다. 경기 중 실수에도 예외는 없다. 지난 25일 KIA전 7회 황성빈이 중견수 자리에서 박찬호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이 나오자 곧바로 교체됐다. 황성빈은 에어컨을 내리치며 분노를 폭발시켰지만, 곧장 다음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모습으로 팀에 보답했다.

이런 움직임 뒤에는 퓨처스팀과의 유기적 소통이 있다. 상동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곧장 활약을 이어가는 이유다. 김상진 코치, 김용희 감독 등과의 긴밀한 연계 속에 ‘준비된 자’가 언제든 올라올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승민과 손호영이다. 이번주 갑자기 콜업된 고승민은 17타수 7안타, 손호영은 11타수 7안타, 지난 18일 복귀한 윤동희는 24타수 10안타를 때려내며 키움, KIA전 4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최근 4경기 11타수 7안타를 몰아치고 있는 손호영. 롯데자이언츠 제공
최근 4경기 11타수 7안타를 몰아치고 있는 손호영. 롯데자이언츠 제공
지난 18일 복귀 후 24타수 10안타를 때려낸 윤동희. 롯데자이언츠 제공
지난 18일 복귀 후 24타수 10안타를 때려낸 윤동희. 롯데자이언츠 제공

김 감독의 이러한 스타일은 롯데의 체질 개선과 맞물리며 빛나고 있다.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기조다. 지금은 육성과 순환 경쟁이 균형을 이룬다. 윌커슨을 과감히 교체하고, 김민석을 포기한 시점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결과도 따라오고 있다. 긴 레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연승보다 연패를 막아내는 것이다. 팀 분위기가 최악을 살리던 시점에서도 기어이 1승씩을 챙겨내며 3위 자리를 유지한 저력은 단순한 운이 아니다. 팀 분위기와 선수 기용, 철학의 변화가 만든 결과다. 이는 단순히 한 시즌 반짝하는 성적이 아닌, 롯데의 미래를 담보할 변화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왼쪽)과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때린 이호준.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왼쪽)과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때린 이호준. 롯데 자이언츠 제공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던 롯데가 윤고손(윤동희, 고승민, 손호영)이 복귀하며 완전체가 되자 다시 무서워지고 있다. 무려 8년 만의 가을야구. 부산 사직야구장에 불어오는 바람 속에 이 말들이 더는 허상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을을 잊었던 롯데 팬들 앞에, 진짜 가을이 아주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